지난 50년간 승객 800억명을 싣고 지구 5만 바퀴의 거리를 달린 서울 지하철의 이야기가 담긴 특별전이 개최된다.
서울교통공사와 서울역사박물관은 공동으로 오는 9일부터 11월3일까지 서울역사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서울 지하철 개통 50주년을 기념하는 '서울의 지하철' 특별전을 연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지하철 초기 건설부터 개통까지 생생한 역사적 증거물과 함께 변화된 서울의 생활상을 보여준다.
1부 '땅속을 달리는 열차', 2부 '레일 위의 서울', 3부 '나는 오늘도 지하철을 탑니다' 등 3부로 구성된 전시는 지하철 탄생부터 지하철을 움직이게 하는 기술과 구동 원리, 지하철과 함께 변화한 서울의 생활상, 사람들의 일상 이야기 등을 전한다.
서울 지하철 건설은 1960년대 급속한 인구 증가와 지상 교통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추진됐으나, '지하철을 건설하면 나라가 망한다'며 각계의 반대가 심했다. 우여곡절 끝에 광복 29주년인 1974년 8월 15일, 지하철 1호선 '종로선'이 개통했다.
그러나 개통식 1시간 전인 제29회 광복절 경축 기념식에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이 벌어지면서 종로선 개통식은 침통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이번 전시에서는 당시 개통식 장면을 포토존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지하철 건설의 시작을 상징하는 '보신각 수준점 타정 망치'와 개통식 행사에서 타정할 계획이던 '개통식 스파이크'와 기념 승차권, 우표, 기념패 등도 만나볼 수 있다. 개통에 대한 시민들의 감격이 생생하게 기록된 '제기동역 개통식 감상문' 등도 전시된다.
1호선 개통 10년 뒤에는 3·4호선의 개통으로 본격적인 '지하철 시대'가 열린다. 육상교통에 의존하던 대중교통체계가 지하철을 중심으로 새롭게 재편되면서 노선을 따라 역을 중심으로 서울 생활권이 새롭게 형성됐다.
지하철역은 오랜 시간 시민의 만남의 장소가 됐고, 전동차에서 이동하는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신문과 책을 읽는 등 독서 문화가 발전하면서 출판 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전시에서는 지하철에서 읽기 좋도록 가로쓰기를 택하고 판형과 활자를 키운 '문고본 서적'과 강남역, 신촌역 등 만남의 장소 관련 자료들도 전시된다.
2~4호선 개통, 지하도 상가, 백화점, 주택 등 지하철 역세권 관련 자료들이 소개된다. 국내에서 가장 긴 지하도 상가인 을지로 지하도 상가를 입체적으로 체험하는 영상도 준비된다.
안전한 지하철을 만들기 위해 묵묵히 일한 전·현직 직원들의 생생한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1974년 개통 당시 신설동역 역무원이던 권오철씨,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철도 기관사인 안성숙씨의 인터뷰를 통해 서울 지하철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1974년 지하철 시승 행사 당시 신발을 벗고 역사에 들어왔다는 아버지의 이야기부터, 핸드폰이 없던 시절 약속 장소가 어긋난 시민의 민원으로 환승역에 통합 출구 번호를 만들었다는 이야기 등이 소개된다. 개통 50주년을 맞아 시민을 대상으로 공모한 스토리텔링 중 당선작 10점도 전시된다.
관람료는 무료로 전시는 평일·주말 관계없이(월요일 휴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자세한 정보는 서울교통공사 누리집(www.seoulmetro.co.kr) 서울역사박물관 누리집(museum.seoul.go.kr)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서울 지하철 개통 50주년이라는 큰 분기점을 맞아 지난 여정을 기억하고 나누는 전시를 선보이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최병구 서울역사박물관장은 "익숙한 지하철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돼 지하철을 둘러싼 연구와 다양한 담론이 펼쳐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