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에 따른 공무원 소집령 보고 전쟁이 터진줄 알고 눈을 의심했어요."
윤석열 대통령의 반헌법적 비상계엄 선포에 광주와 전남 공직사회도 크게 술렁이고 있다.
비상근무령이 떨어지자 젊은 부부 공무원 중 한 명은 어린아이를 걱정하며 사표까지 고민했고, 일부 직원은 해제소식을 듣고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3일 밤 11시를 기해 윤 대통령이 특별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공직사회도 동시에 크게 술렁이며 비상이 걸렸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재난안전상황실 명의로 오후 11시30분까지 간부 공무원 전원 소집명령을 내렸다.
비상소집에 따라 부랴부랴 출근한 한 시청 간부공무원 A씨(4급)는 "새벽에 일이 있어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부인이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고 급하게 깨웠다"며 "처음에는 계엄이라는 단어가 쓰여 있어 잘못 읽은 줄 알고 눈을 의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를 군대가 막고 있다는 언론 속보를 보면서 시청도 똑같을 것으로 예상하며 출근했는데 평소와 똑같은 모습이어서 당황스러웠다"며 "계엄이 해제된 이후에도 집에 가지 못하고 상황실에서 대기했다"고 말했다.
3급 공무원 B씨는 "늦은 시간 소집령을 받은 공무원이 출근하는 것도 놀라웠는데 종교·시민단체 연석회의가 곧바로 열리는 것을 보고 또 한 번 놀랐다"며 "6시간여만에 계엄이 해제돼 1980년 5월 상황이 재연되지 않아 한숨을 돌렸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광주지역 일부 지자체는 6~7급 공무원까지 '현 위치 근무명령'이 내려져 젊은 부부 공무원은 아이 때문에 할머니에게 긴급하게 연락하는 등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한 자치단체는 계장급 이상, 국서무는 청사 및 동행정복지센터에서 현 위치 근무명령을 내렸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4일 오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헌정 유린, 내란 수괴 윤석열 체포·구속 촉구 광주시민비상시국대회'에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2.04. leeyj2578@newsis.com
광주시청 6급 공무원 C씨는 "비상연락망 유지명령을 받았지만, 구청에 근무하는 부인은 소집명령을 받고 청사로 들어갔다"며 "상황이 위급할 경우 나도 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닥칠 수 있어 우선 인근에 있는 장모에게 연락을 했다"고 밤사이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해제가 되면서 상황은 종료됐지만 다음에 이런 상황이 닥치면 1명은 그만둬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남도청 한 관계자는 "갑작스런 비상상황에 뜬 눈으로 날을 지샜다"며 "44년 만에 계엄령 선포라 이렇다 할 매뉴얼도, 특히 실전경험도 없다보니 충격과 혼선이 적잖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도민과 공직자 대응지침부터 청사 방호, 도지사 등 요인 경호까지 신경쓸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어서 숨 막히는 시간들이었다"며 "후유증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게 더 큰 문제일 수 있다"고 하소연했다.
김영록 지사는 위헌적 비상계엄 사태로 시국상황이 심각해지자 당초 예정됐던 3박4일간의 일본 순방 일정을 취소하고 지역경제 충격파 완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내년도 본예산 심의가 한창인 가운데 의회일정도 수정과 변경을 반복했고, 관련 부서도 이에 맞춰 혼선이 끊이질 않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