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 이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직위 상실 갈림길에 놓인 광주·전남 국회의원들의 1심 재판에서 속속 선고 판결이 내려지면서 생환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4월10일 치러진 22대 총선에서 당선된 광주·전남 지역 국회의원 당선인 중 본인 또는 회계책임자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직위상실 위기에 처한 의원은 5명이다.
이 중 신정훈(전남 나주·화순), 김문수 의원(순천·광양·곡성·구례갑)은 최근 1심 선고 재판에서 직위상실 위기를 일단 모면했다.
광주지법에서 재판을 받은 신정훈 의원은 지난 17일 직위유지형에 해당하는 벌금 90만원을 선고 받았다.
신 의원은 지난해 3월4일 지역 선거구민 20여 명 앞에서 당내 경선 전화여론조사 참여 방법을 직접 설명하면서 '권리 당원 여부'를 거짓 응답하도록 권유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고령의 선거민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고 여론조사 왜곡의 결과를 초래, 유죄가 인정된다. 반성하는 점, 유세 중 즉흥 발언으로 보이는 점, 선거 결과에 미친 영향이 극히 적은 점, 정당 자치를 존중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해 직위상실형은 선고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신 의원 측은 "판결을 엄중히 받아들인다"며 항소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문수 의원도 이달 9일 광주지법 순천지원에서 열린 1심서 벌금 90만원을 선고받아 위기를 넘겼다.
김 의원은 총선을 앞둔 지난해 1월9일 지지도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해석한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김 의원에 대해 재판부는 "열세였던 지지도를 볼 때 부동층에 선거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선거 공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데도 여론조사 결과를 올렸다. 위법성 인식이 미약했을 것으로 보이고, 선거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단했다.
결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구형한 검찰은 김 의원에 대한 양형이 부당하다며 항소한 상태다.
더욱이 김 의원은 지난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까지 앞두고 있다. 경찰은 김 의원이 총선 경선 과정에서 지인들로부터 차량과 숙박 편의 등을 무상 제공 받은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검찰에 송치했다.
광주지법 제12형사부에서 각기 재판을 받고 있는 , 안도걸(광주 동남을), 박균택 의원(광주 광산갑)도 심리가 한창이다.
특히 정준호 의원은 검찰의 기소 절차에 하자가 있다며 공소 기각을 주장, 재판이 중대 변곡점을 맞았다.
정 의원은 선거사무소 관계자들과 함께 당 경선 직전 불법 홍보성 전화 또는 문자메시지를 수만 건씩 발송하고 경선 운동원에게 기부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업가에게 자녀 채용 대가성 정치자금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정 의원 측 법률 대리인은 "사건을 수사 개시한 검사가 공소까지 제기해 검찰청법을 위반했다. 명백한 공소 기각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 측이 문제 삼은 검찰청법 4조 2항은 '검사는 자신이 수사 개시한 범죄에 대하여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다만,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이 직접 인지해 수사까지 한 사건은 수사 검사들이 기소할 수 없다는 취지다. 단서 조항에 따라, 사법경찰이 수사해 송치한 사건을 검찰이 보완 수사한 경우에는 수사검사가 기소까지는 할 수 있다.
검찰이 "수사 개시 범위 등에 대한 해석 여지가 있다. 공소 기각 판결에 이를 만한 하자가 아니다"며 "형사소송법 253조에 따라 즉시 재기소할 수 있어 공소 기각은 실효성이 없는 무용한 절차다. 즉각 재기소도 가능하다. 처벌에 예외가 있어선 안 된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일단 변론을 종결했다. 양측 의견서를 두루 검토한 뒤 다음달 14일 오후 선고 재판에서 공소 기각 여부를 최종 판단키로 했다.
만약 공소 기각 판결이 내려지면 당장의 위기는 넘길 것으로 보이지만, 검찰이 재기소 입장인 만큼 정 의원이 또 다시 법정에 설 확률도 있다. 반대로 검찰 주장이 수용되면 곧바로 변론이 다시 재개될 수 있다.
안도걸 의원의 재판 역시 증인 신문이 이어지고 있다.
안 의원은 사촌동생 등과 공모해 2023년 12월부터 지난해 2월 사이 당내 경선 과정에서 자동 동시발송시스템을 통해 선거구민에게 지지 호소 문자메시지를 무더기로 보내고, 경제연구소 운영비 등 명목으로 사촌동생 운영 법인에서 4300여 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됐다.
안 의원까지 14명에 이르는 피고인은 각기 혐의를 대체로 부인하거나 서로 크고 작은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재판부가 선거법상 '기소 이후 6개월 내 1심 선고' 규정 준수를 강조하며 앞으로 이달에만 3차례 재판이 열린다. 증인·피고인 신문을 위해 오는 20일과 24일, 다음달 10일까지 재판이 잡혀있다.
박균택 의원은 선거사무소 회계 책임자의 조만간 나올 1심 선고 결과에 의원직 수성이 달렸다.
박 의원의 선거사무소 회계책임자는 총선 과정에서 법정 선거 비용 상한선인 1억9000만원보다 2880만원 가량을 초과한 선거비를 지출한 혐의(선거법 위반)로 기소됐다.
박 의원은 법정에 직접 나와 "처음 치른 선거에서 회계 처리의 중요성을 잘 몰랐다. 직만은 유지할 수 있게 해달라"고 선처를 호소했지만, 검찰은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400만원을 구형했다. 선고 재판은 다음달 7일 오후 2시다.
현행 법령상 선출직 당선인이 공직선거법 또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직위를 잃는다. 선거사무소 회계 책임자나 배우자가 같은 법을 어겨 벌금 3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도 당선인 직위를 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