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록 전남지사가 호남주자론을 앞세워 조기 대선 출마 의지를 밝힌 가운데 대선과 경선 일정이 확정될 경우 도지사 직(職)을 유지한 채 경선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따른 2017년 대선 당시 연차를 써 가며 경선을 치른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남경필 경기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의 선례를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입신을 위해 현직을 버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있고, 행정공백 우려도 불식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헌정 사상 첫 현직 대통령 구속기소를 계기로 제기된 조기 대선은 헌법재판소가 2월 말 또는 3월 중 대통령 탄핵을 인용할 경우 '대통령 궐위(파면 포함) 시 60일 안에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이르면 4월 말, 늦어도 5월 중 '벚꽃 대선'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른 당내 경선은 짧으면 3주일, 길어야 한 달 안에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공직선거법상 지방자치단체장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선거 90일 전에 사퇴해야 하고, 파면 등에 따른 보궐선거, 즉 임기만료 전 대선인 경우 30일 전에 사퇴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본선거에 대한 규정으로,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에서는 별도의 '현직 사퇴' 규정은 없다. 현직 단체장의 경우 직을 유지한 채 연차를 써가며 경선을 치른 뒤 낙마하면 직무에 복귀하면 그만인 셈이다.
2017년 대선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남경필 경기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모두 해당 연도에 발생한 연차(21일)를 기본으로 전년에 못 쓴 연차, 규정상 당겨쓸 수 있는 연차 등을 활용해 정치일정인 경선 스케쥴을 소화했고, 김 지사도 비슷한 전례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관용차를 쓰거나 공무원 신분인 비서는 대동할 수 없다.
반면 경선에서 승리해 당 대선 후보로 확정될 경우는 상황이 달라진다. 공직선거법 제53조 2항에 따라 선거일 30일 전까지 반드시 사퇴해야 하고 그럴 경우 도정(道政)은 행정부지사 대행체제로 운영되게 된다.
전남지사의 대선 도전은 박준영, 이낙연 전 지사에 이어 이번이 3번째다. 모두 재직 중 도전이었으나 앞서 두 지사는 중도 포기했다.
박준영 전 지사는 2012년 대선 당시 당내 경선에 뛰어 들어 1차 컷오프는 통과했으나 순회경선 과정서 중도 사퇴했다. 박 전 지사 역시 초반 한 달 가량은 연차를 활용해 경선 레이스를 이어갔다. 이낙연 전 지사는 2016년 10월 대권 도전을 시사했다가 두 달 만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영록 지사는 4일 "포스트 DJ 호남 주자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많아 탄핵 정국을 바라보면서 대선 참여를 결심하게 됐고, 1987년 헌법 체제를 이젠 새롭게 재창조해 국가 대개혁, 정치 리모델링, 사회 대개조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대선 경선에 참여하더라도 민생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면서 도정에 흔들림이 없도록 도지사로서 책무를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출마 시기에 대해선 "시국 상황을 보면서 도민 의견을 들어 적절한 시점에 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 지사는 전날 국회 소통관에서 광주·전남지역 언론인들을 만나 조기 대선 출마와 관련한 질문에 "결심을 굳혔다"고 밝혀 경선 출마를 공식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