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록 전남지사가 '장미 대선'으로 치러질 조기 대선에 불출마하기로 했다. '호남 주자'를 내걸고 출마를 결심한 지 두 달 만이다.
김 지사는 8일 오전 11시30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출마를 공식화한 지 64일 만이다. 호남 대망론, 호남 주자론에 말을 아껴오던 김 전남지사가 지난 2월3일 국회 소통관에서 광주·전남 지역 언론인들을 만나 조기 대선 출마와 관련한 질문에 "결심을 굳혔다"며 " "이제 앞으로 어느 순간에 어떻게 치고 나가느냐의 문제"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지사는 이후 호남 주자론을 앞세워 정치적 보폭을 넓혀 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이재명 당대표를 만나고, 동교동계 등 정치권 원로들과의 비공개 회동을 통해 민주세력 지평 확장에 공을 들여왔다.
친문(친문재인) 친명(친이재명) 행보에 대한 엇갈린 해석이 이어지는 와중에 김 지사는 통합과 개헌, 국가대개혁과 정치리모델링, 호남정치 복원 등을 키워드로 정치적 행보를 분명히 했다.
지방에서 18년, 중앙에서 10년, 국회 8년, 농림부장관 8개월 등 다채로운 경험을 토대로 '김영록표 정책' 구상에도 힘을 쏟아왔다.
완주를 약속했던 김 지사는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파면 선고 후 "도민들의 의견을 더 잘 듣고 (출마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신중 모드로 돌아섰고 결국 나흘 만에 불출마를 결심했다.
김 지사는 지난 6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도 "(대선 출마가) 과연 민주당의 승리에 도움이 되느냐 안되느냐, 특히 민주개혁세력의 승리에 도움이 되느냐는 놓고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 (나의 출마가) 당에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 오고 부담을 줘선 안되지 않겠느냐"고 밝히기도 했다.
호남대망론 아래 대선 레이스를 완주할 지, 컷오프 통과 후 중도 사퇴할 지, 예비경선에서 낙마할 지, 아예 불출마할 지 다양한 경우의 수 가운데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결국 출마의 뜻을 접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0월 영광군수 재선거에서 '호남 맹주' 더불어민주당이 고전한 데 이어 지난 2일 담양군수 재선거에는 조국혁신당에 밀려 아예 패배하는 등 호남 민심 이반이 심상치 않은 가운데 당내 호남 지분을 놓고 분열하는 모양새가 부담이 됐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당내 대권 잠룡들에 비해 낮은 지지율과 컷 오프 가능성, 경선 성적표가 호남 정치의 위상으로 받아 들여질 수 있는 데 대한 정치적 부담 등도 고민을 키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립 의대 신설, 광주 민간·군 공항 이전, 인공지능 수퍼클러스터 허브 등 대형 현안에 대한 도백으로서의 책임감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기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김 지사는 내년 지방선거 3선 도전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역 정가 한 관계자는 "정책 대결로 '민주당 파이' '호남의 파이'를 키우는데 일조하고, 경선이 끝난 후에는 민주당의 힘이 하나로 모아질 수 있도록 힘을 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내란 종식과 당내 통합, 개헌 공방, 진영 갈등 속에서 고민이 깊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