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칼럼니스트 김필용 |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마주한 지금, 축구 팬들의 가슴에 남은 것은 단순한 패배의 아쉬움이 아니다. 그것은 깊은 탄식과 분노다. 1승 2패, A조 3위로 32강 문턱조차 넘지 못한 이번 참사는 갑작스러운 불운이 아니다. 이미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의 실패에서 시작해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차곡차곡 쌓여온 구조적 모순이 마침내 폭발한, '예견된 재앙'이었을 뿐이다.
많은 이들이 경기장에서의 전술 실패를 논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라운드 밖, 축구 행정의 중심부인 대한축구협회(KFA)에 있다. 지금 대한민국 축구의 가장 큰 적은 상대 팀이 아니라, 무능과 무원칙으로 점철된 대한축구협회 그 자체다.
'불법과 거짓말'로 얼룩진 과정의 공정성
이번 월드컵의 실패는 시작부터 공정하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은 그야말로 대한민국 축구 행정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선임의 결정적 계기가 된 '11차 회의'를 두고 정몽규 축구협회장은 국회에서 회의 자체가 없었다고 해명했으나, 정작 당시 참석했던 김정배 상근부회장은 자격 없는 불법적인 회의였다고 토로했다. 문건이 엄연히 존재함에도 거짓으로 일관하려 했던 협회의 태도는 경악스러울 따름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 결과 역시 당시 회의가 정식 절차를 거치지 않은 무자격 회의였음을 공식 확인했다. 심지어 홍 감독 본인조차 선임 과정의 정당성이 훼손되었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절차적 정의가 무너진 곳에서 태어난 대표팀이 국민의 온전한 지지를 받으며 순항하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실패해도 책임지지 않는 '무원칙의 역사'
더욱 절망적인 부분은 축구협회 내부에 최소한의 문제의식조차 부재하다는 사실이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과 거액의 위약금을 남긴 경질', '40년 만의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 '온갖 특혜 논란 속의 홍명보 감독 독단적 선임', 기습적으로 감행하려 했던 승부조작 범죄자 사면 추진까지'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대형 사건들이 끊임없이 반복됐지만, 그 어떤 실패에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
축구 팬들이 축구협회에 등을 돌린 것은 단순히 성적이 나빠서가 아니다. 과정은 불투명했고, 잘못은 인정하지 않았으며, 결과에 책임지는 수뇌부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월드컵 무대에서도 이러한 고질병은 예외 없이 반복됐다. 승리가 절실한 순간에도 벤치의 선수 교체와 전술 변화는 경직되어 있었고, 현대 축구의 흐름에 맞는 유연한 대응 대신 과거의 관성적인 방식만 되풀이했다.
"지금 대한민국 축구에 가장 필요한 것은 감독 한 사람의 교체가 아니다. 대한축구협회라는 거대한 권력 기관의 전면적인 쇄신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히딩크식 철학'의 부활이다.
우리는 과거 2002년의 영광을 기억한다.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이 성공할 수 있었던 본질적인 이유는 축구협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확고한 철학을 지켰기 때문이다. 히딩크는 협회 내부에 공고히 자리 잡은 기득권, 인맥, 지연 카르텔과 당당히 맞섰다. 모두가 화려한 기술만을 이야기할 때 현대 축구의 근간인 '체력'의 중요성을 깨우쳤고, 이름값이나 소속이 아닌 오직 '실력과 데이터'로만 선수를 선택했다. 그 결과 박지성을 비롯한 무명의 원석들이 발굴되었고, 한국 축구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뀔 수 있었다.
지금의 축구협회에는 이러한 철학과 뚝심, 그리고 공정함이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오직 자신들의 안위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카르텔과 무원칙만 남아있을 뿐이다.
축구를 다시 국민의 품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은 축구는 더 이상 국민의 축구가 아니다.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온 국민을 하나로 묶어주던 거대한 에너지를 가진 문화였다. 축구협회의 사유물이 될 수 없다. 상대 팀의 전술을 분석하고 선수들의 기량을 탓하기 전에, 한국 축구의 뿌리부터 썩게 만들고 있는 축구협회의 '대변혁'이 선행되어야 한다. 인적 쇄신을 넘어 시스템 전반을 투명하게 뜯어고치지 않는다면, 한국 축구의 잔혹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이제는 정말 대한민국 축구를 다시 국민의 품으로 돌려놓아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