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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용서는 미덕이지만, 아무 때나 건네는 말이 아니다

  • 등록 2026.03.24 22:2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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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칼럼니스트 이상수 |

 

용서는 미덕이지만, 아무 때나 건네는 말이 아니다

 

일상에서 우리는 “용서하라”는 말을 너무 쉽게 쉽게 꺼낸다. 갈등이 생기면 누군가는 중재자의 위치에서, 또 누군가는 도덕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이 말을 던진다. 그러나 과연 용서는 그렇게 가볍게 권할 수 있는 일일까.

 

 

필자는 오래전 한 경험을 통해 용서의 무게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갈등 상황에서 먼저 손을 내밀어 상대를 용서했지만, 그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상대는 그것을 화해의 신호가 아니라 '잘못을 인정한 것'으로 간주하고, 이후 조직과 동료들에게까지 과도한 요구를 이어갔다. 결국 그 용서는 관계를 회복하지 못한 채, 오히려 새로운 갈등의 출발점이 되었다.

 

이 경험은 여러 가지 분명한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용서는 언제나 선한 결과를 낳은 것이 아니라, 상황과 조건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성서는 용서를 중요한 덕목으로 강조한다. 예수께서는 용서를 “일곱 번까지가 아니라 일흔번씩 일곱번이라도 하시오(마태복음 18:21~22)”라고 말씀하신 것은 인간이 지녀야 할 자비와 관용의 극치를 보여준다. 그러나 같은 성서에는 “형제가 죄를 범하거든 책망하고, 회개하거든 용서하라(루카복음 17:35)”는 구절도 함께 존재한다. 이는 용서가 단순한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진실에 대한 인식과 책임의 회복 위에서 이루어져야 함을 의미한다.

 

용서를 둘러싼 가장 큰 오해는 이것이다. 용서를 하면 모든 것이 끝나고, 관계가 자동으로 회복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용서를 내면의 선택일 수는 있어도 관계의 회복은 별개의 문제다. 신뢰는 용서로 즉시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행동을 통해 다시 쌓여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용서가 때로는 ‘면죄부’로 오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잘못된 것에 대한 반성과 책임이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용서는 오히려 상대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그것은 관용이 아니라 방임이 되고, 선의가 아니라 질서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용서를 말하기 전에 먼저 물어야 한다. 상대는 자신의 행위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있는가.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질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질문이 빠진 용서는 미덕이 아니라 위험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용서를 부정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용서는 여전히 인간이 지녀야 할 고귀한 덕목이다. 다만 그것은 ‘아무 때나’ 꺼내는 말이 아니라, ‘적절한 때에’ 이루어져야 할 결단이다.

 

진정한 용서는 감정의 해소가 아니라 질서의 회복을 지향한다, 그것은 상대를 무조건 빧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진실 위에서 관계를 다시 세우려는 의지이다. 따라서 용서는 부드러움 속에 원칙이 있어야 하고, 관용 속에 책임이 함께 해야 한다.

 

우리는 흔히 갈등을 빨리 끝내기 위해 용서를 서두른다. 그러나 서둘러 건넨 용서는 때로 갈등을 잠시 덮어줄 뿐, 더 큰 문제를 남긴다. 오히려 필요한 것은 성급한 화해가 아니라, 올바른 인식과 책임 있는 태도다.

 

용서는 미덕이다. 그러나 그 미덕은 무게를 지닌다. 그 무게를 이해하지 못할 때, 용서는 관계를 치유하는 힘이 아니라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된다.

 

이제 우리는 용서를 다 정의할 필요가 있다. 용서는 상대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질서와 정의를 함께 세우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용서는 진정한 회복의 시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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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수 칼럼니스트 기자 yume20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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