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전 대통령의 옛 사위가 받은 급여를 뇌물로 보고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한 검찰이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사건의 판례를 근거로 삼았다. 검찰은 공무원과 비공무원의 '공동정범' 관계와 대통령의 '포괄적 직무 관련성'이라는 법리를 적용해 문 전 대통령과 이상직 전 의원을 뇌물 혐의로 기소했다.
전주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배상윤)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문 전 대통령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이 전 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4일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하고 있던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채용하게 한 뒤 지난 2018년 8월14일부터 2020년 4월30일까지 급여·이주비 명목으로 594만5632바트(한화 약 2억1700여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의원의 경우 서씨를 채용한 뒤 그에게 급여와 이주비 명목의 뇌물(한화 약 2억1700여만원)을 공여한 혐의와 함께 항공업 경력 등이 없는 서씨를 채용해 지출된 급여 등으로 인해 타이이스타젯에 손해를 가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의 수사가 길어지며 이에 대한 의구심을 품는 의견도 많아졌다. 서씨가 문 전 대통령의 당시 사위였다고 할지라도 이 전 의원이 소유했던 타이이스타젯이 서씨에게 급여·이주비를 준 것이 어떻게 문 전 대통령을 향한 뇌물로 볼 수 있냐는 것이다.
검찰은 불구속 기소 사실을 밝히며 뇌물수수죄에서의 '공동정범' 성립 관계와 과거 전직 대통령들의 뇌물 사건에서의 직무관련성을 언급한 판례를 참고사례로 들었다.
'사위의 급여가 문 전 대통령의 뇌물이 될 수 있느냐'는 주장에 대해선 과거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언급했다. 당시 대법원 판결의 요지는 '비공무원과 공무원이 공동실행의 의사를 가지고 역할을 나눠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뇌물수수 범행를 했다면 공무원이 직접 뇌물을 받은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당시 공무원 신분인 문 전 대통령과 비공무원인 딸 다혜씨·옛 사위 서씨가 공동으로 실행의사를 가지고 각자의 행위를 통해 뇌물수수 범행을 완결시켰다고 본 것이다.
검찰은 일련의 뇌물수수·공여 사건에서 특혜 채용의 당사자인 서씨와 다혜씨가 능동적으로 범행 완성에 필요한 주요 역할을 했다고 봤다. 다혜씨 부부는 서씨가 타이이스타젯에 채용되기 이전부터 미리 태국으로 넘어가 부동산 업자를 만나거나 국제학교 위치를 보는 등 이들 스스로 태국 이주에 대한 판단을 내렸고, 이는 서씨 채용 이후 그대로 급여 조건 등으로 적용됐다.
또 하나의 뇌물수수·공여죄의 주요점은 직무관련성이다. 이에 대해서 검찰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서 근거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은 박 전 대통령 뇌물 사건에서 "대통령은 정부 수반으로 모든 행정업무를 총괄하고 재정·경재정책 수립 및 시행을 결정하며 구체적인 소관 행정에 대해 직간접적 권한을 행사한다"며 "이러한 대통령의 직무 범위에 속하거나 밀접한 관계 속 행위에 대해 금품 공여가 이뤄지면 영향력 행사 여부와 관계없이 뇌물공여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또 이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판례는 대통령의 광범위한 직무권한 특성에 비춰볼 때 이익제공자와 대통령 사이의 포괄적인 대가관계가 인정하고 있고, 행정부처·공공기관 임원 임명에 미치는 대통령 영향력은 인사권자로서의 실질적·직접적 권한"이라며 "국회의원 공천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관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밀접관 관계가 있거나 사실상 관여하는 직무행위"라고 언급했다.
해당 판례를 참고한 검찰은 ▲이 전 의원의 대통령비서실의 부당 지원을 통한 비정상적으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내정(공공기관 임원 임명) ▲이후 제21대 총선 출마를 위한 신속한 면직 처리(국회의원 선거 관련) ▲평양 방북 예술단 전세기 선정 과정서의 지급보증 실시 등을 언급했다.
이 행위들이 모두 대통령이 관여하는 포괄적 직무행위이고, 더 나아가 이를 이 전 의원에게 제공된 특혜로 쓰일 수 있게 행사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검찰의 논리를 종합하면 포괄적 직무 권한 행사가 가능한 문 전 대통령이 그 권한을 행사해 이 전 의원에게 특혜를 제공했고, 특혜를 받은 이 전 의원이 소유한 타이이스타젯이 서씨에게 준 급여 등은 문 전 대통령·서씨·다혜씨 모두가 공동정범 관계에 있기 때문에 단순 급여가 아닌 뇌물의 성격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이번 사건의 핵심을 "문 전 대통령의 포괄적 권한 행사를 통해 혜택을 기대한 이 전 의원으로부터 그의 지배하에 있는 항공사를 통해 다혜씨 부부의 태국 이주 지원 특혜를 제공받은 것"이라고 요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