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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 에세이] 삼계탕 한 그릇의 밥상

 

   나는 1남 1녀를 두었다. 이 아이들이 초등학교 3학년 2학기가 시작되 면 하는 게 있었다. 다름 아닌 라면 끓이는 것과 계란 프라이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해줄 수 없으니 직접 해서 먹으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종 종 주변 엄마들에게서 들어보면 불이 무 섭기 때문에 자신들은 직접 해서 먹인다는 것이었다. 이런 소리 들을 때마 다 '나에겐 나쁜 계모 기질이 있나?'라는 생각이 들곤 했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기에 나는 가르쳤다. 일과 육아를 둘 다 책임지고 있는 워 킹 맘이었으니.... 그 당시 남편들에게 육아나 가사에 그다지 도움받으며 살 던 시대가 아니어서 더 더욱 그러하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 아들이 취사병으로 보직을 받아 군 복무 잘하고 전역을 하였다. 그 뒤로 못하는 음식이 없었다. 엄마인 나도 엄두 내지 못하는 한식, 양식들도 곧잘 해서 내어 오곤 하였다. 그래서 함께 하는 동안 자주 먹을 수 있을 것 으로 알았다. 그런데 아들도 바빠지고 가족들도 바빠지니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들이 점차 줄어들었다. 

 

그러다 아들이 결혼식을 앞두던 마지막 여름. 가족들을 위하여 삼계탕 을 끓여내겠다고 하였다. 자신이 결혼하여 이 집에서 떠나게 되면 언제 삼계탕을끓여서 대접하겠냐는 것이었다. 그때에는 서로 바빠 밖에서 먹는 일 이 집에서 요리하여 먹는 일보다 많지 않겠냐는 것이 부연설명이었다. 그리 고 언제 초복, 중복, 말복을 따져가며 있겠냐는 것도 하나의 이유라 하였다. 

 

맞는 말이었다. 같은 서울 하늘 아래 거처를 마련한 것도 아니었으니... 

 

그렇게 해서 아들이 끓여 내온 삼계탕을 앞에 두고 있자니, 만감이 교 차하였다. 쉽게 숟가락을 들어 떠먹을 수 없었다. 진한 국물 앞에 눈물이 쏟 아질 것만 같았다. 안경에 김이 서린다는 이유로 안경을 닦는 척하며 눈물 을 닦았다. 무더위 아들을 위하여 엄마인 내가 끓여줘야 할 삼계탕을 아들 이 끓여 내온 것을 먹자니 이걸 뭐라 말을 해야 할지.... 역시 나에겐 나쁜 계모 기질이 있는 것이 맞나 보다. 

 

그저 "잘 먹을게. 아들" 이 말밖에는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다시 침묵 속으로 빠져들면서 최백호 가수의 시집가는 딸에게 바쳤던 <애비> 라는 노래 가사가 떠올랐다. 

 

아장 아장 걸음마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자라 내 곁을 떠난다니 강처럼 흘 러버린 그 세월들이 이 애비 가슴 속에 남아 있구나. 잘 살아야 한다. 행복해야 한다. 애비 소원은 그것뿐이다. 애비 부탁은 그것뿐이다. -애비 가사 중에서-

 

정말 그랬다.

 

   아들아! 이 애미 부탁은, 소원은 말이다 이것뿐이다. “잘 살아야 한다. 행복해야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꼭 행복해야 한다. 알겠지? 사랑한다. 우리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