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무차별적 관세 부과 정책에 한국 경제가 비상이 걸렸다. 특히 대기업에 비해 미국 외 시장 확보가 원활치 않은 국내 수출 중소-중견기업들의 고민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3일 서울본부세관에서 열린 '수출 중소기업 현장 간담회'에서는 정부 관계자들과 미국 관세 부과로 예상되는 수출 중소기업 6개사 대표가 참석해 현안 관련 의견을 주고받았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장관과 이명구 관세청 차장은 1시간30분가량 기업들의 고충을 듣고 해결책 마련을 고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무역 적자국을 겨냥해 10~49% 상당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출되는 모든 제품에 25%의 상호관세가 부과된다고 밝혔다.
다만 백악관이 공개한 행정명령 부속서에는 한국의 관세율이 26%로 표기됐다.
26%는 중국(34%), 베트남(46%)보다 낮지만 유럽연합(EU 20%), 일본(24%)보다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 무역전쟁 우려까지 자아내고 있는 트럼프발 '관세 폭탄'에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크게 흔들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을 해외수출 1위 국가로 둔 국내 중소기업계의 손실 역시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순배 중기부 글로벌성장정책관은 간담회 후 취재진과 만나 "품목별 관세와 상호관세가 중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는데 발표된 내용을 보면 철강/알루미늄,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가구 등 부과가 예정된 품목별 관세는 상호관세에서 제외됐다"면서 "우려가 해소돼서 불확실성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날 비공개 간담회에서 중소기업들은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응은커녕 그 속도를 따라가는 것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중기부가 지난 2월 18일부터 가동한 '관세 애로 신고센터'에는 전날까지 85건의 피해 신고 사례가 접수됐다. 납품물량 구매 보류 등 실제 문제가 발생한 건은 7건으로 집계됐다.
중소기업 대표들은 특히 자사 제품에 부과되는 관세가 정확히 얼마인지 모르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호소했다.
세계관세기구(WCO)는 품목번호(HS코드)를 기준으로 수입물품의 세율과 수출입 인증요건, 원산지충족 여부 등을 판정한다.
WCO 기준에 따라 6단위까지는 전 세계 공통이지만 그 이후 단위부터는 각국이 달리 운영한다.
이에 동일 물품이더라도 국내 기업이 수출신고서에 사용하는 품목번호와 미국 수입자가 수입신고서에 사용하는 품목번호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어떤 제품에 관세가 얼마나 부과되는지 확인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 정책관은 "철강·알루미늄 제품의 경우 철강 함량에 따라 관세 부과 코드가 따로 있을 정도로 복잡하다"면서 "함량 가치를 산정하는 방식이나 서류 등에 대해서는 기업에 대한 전문적인 컨설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수출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중기부는 총 290억원 규모의 '수출 바로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했다. 수출바우처 사업의 일환으로 신청 후 1개월 내 지원하는 패스트트랙 방식이다.
올해 수출바우처 프로그램 총 예산 1200억원 중 상반기 조기집행 후 남은 290억원을 5월에 2차 집행할 계획이었지만 사태가 심각해지자 일정을 앞당겼다.
중기부는 수출 바로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관세 피해 기업 750여개사를 대상으로 대체시장 발굴과 공급망 확보, 관세 분쟁 해결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 정책관은 "수요가 많을 것으로 생각해 저희가 가진 잔여 예산을 미국 관세(피해)에 집중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이 부족할 경우 추경 등 별도 방안도 모색할 방침이다.
아울러 중기부는 관세청과 협력해 중소기업이 수출현장에서 애로사항을 겪고 있는 원산지 증명, 품목분류 등 관세 정보를 신속히 제공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방중기청과 전국의 본부세관을 핫라인으로 연결한다.
또한 전국 세관에 배치된 공익관세사를 수출 중소기업과 연계해 전문적 관세 상담을 지원하고, 관세청이 추천한 우수 중소기업을 중기부 수출지원사업에 우선 참여시키기로 했다.
이 정책관은 "기업인 중 한 분은 중소기업 수출에서 유럽 등 새로운 시장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고 기회요인을 말해줬다"면서 "중기부는 중장기적으로 수출 다변화에 대한 지원 등 활로를 모색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