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재판소가 4일 대통령 탄핵심판 청구를 인용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헌정사 두 번째로 탄핵된 대통령이 됐다. 화려한 검사 이력을 발판으로 단번에 대권을 거머쥐었으나, 임기를 3년도 채우지 못하고 파면돼 불명예 퇴진하게 된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에서 대통령으로 직행하며 한국 정치사에 전무후무한 사례를 남겼다. 이는 검사 시절 굵직한 사건을 연이어 맡으며 강골검사로서의 이미지가 대중에 각인됐기에 가능했던 일이기도 하다.
윤 전 대통령은 검사 시절 이명박 정부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 수사 외압에 맞서며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겨 명성을 얻었다. 이 일로 정권 눈 밖에 나 잠시 한직을 떠돌았으나,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특별검사 수사팀장을 맡아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구속했고,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총장의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앞세워 검찰개혁에 드라이브를 걸려는 시점에 조 전 장관 수사를 벌이며 문 전 대통령에 반기를 들었다. 이어 조 전 장관 후임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는 인사권과 수사지휘권 등을 놓고 건건이 충돌했고, 일련의 사태를 계기로 현직 검찰총장의 신분임에도 보수진영 차기 대권주자로 급부상했다.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3월4일 검찰총장직을 사퇴하면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헌법이 부여한 마지막 책무를 이행하려고 한다"며 대권 의지를 내비쳤다. 이어 같은해 6월29일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모든 분들과 힘을 모아 확실하게 해내겠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리고 경선을 거쳐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됐다.
윤 전 대통령은 대선을 치르면서 이준석 당시 당 대표와의 갈등, 부인 김건희 여사 학력위조,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 등 고비가 없지 않았으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0.73%포인트(p) 차이로 누르고 제20대 대선에서 당선됐다.
정권교체에는 성공했으나 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여소야대로 국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윤 전 대통령은 노동·교육·연금·의료개혁을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동시에 정상 세일즈외교를 통해 원전·방산 수출에 일정 성과를 내기도 했으나, 야당과의 끝없는 정쟁으로 빛이 바랬다.
이는 지난해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또다시 민주당에 과반의석을 내어주는 결과로 이어졌고, 총선 패배 책임론과 의료개혁 이견 등으로 당정갈등은 격화됐다. 거듭되는 갈등에 여론의 피로감은 커졌고, 취임 첫 달 50% 초중반대였던 국정 지지율은 지난해 12·3비상계엄 직전 10%후반대까지 떨어졌다.
'김 여사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까지 더해진 것이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윤 대통령은 결국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어 김 여사 의혹과 명씨 통화 녹취 논란 등에 대해 "부덕의 소치"라고 사과하고, 김 여사의 공식 활동 중단과 인적 쇄신 등을 공언했다.
지난해 12월3일, 윤 전 대통령은 심야 긴급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회는 범죄자의 소굴이 됐다"며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곧이어 계엄사령부의 포고령이 발표되고,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군대가 투입됐다.
지난해 12월14일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돼 직무가 정지된 윤 대통령은 헌재 변론기일에 출석, 최후 진술을 통해 "전시·사변 못지않은 국가 위기 상황", "국가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한 계엄" 등을 강조했다. 나아가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면 잔여 임기에 연연해하지 않고 개헌과 정치개혁에 집중하겠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라고 보고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를 인용했다.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은 임기 3년을 채우지 못하고 파면이라는 결말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