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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는 것이 '내 삶의 섭생'

시골집 감나무는 한해는 많이 열렸다가 한해는 적게 열리기를 반복한다. 지나치게 많은 열매를 매달면 수세가 약해져서 수확량이 줄게 되고, 수확량이 적은 해에는 수세를 회복하여 다음 해에 수확량이 많아지게 되는 현상을 '해걸이' 라고 한다.  
 
선조들은 마당 가장자리의 대추나무에 많은 대추가 열리게 하려고 염소 한 마리를 매어 놓았다고 한다. 대추나무에 고삐에 묶여있는 염소가 나무를 흔들어 괴롭히면 생명에 위협을 느낀 나무는 많은 열매를 번식하도록 노력한다는 것이다.  
 
춘추전국시대 초나라의 철학자 노자(老子)는 무위(無爲)로 돌아갈 것을 주장하는 도덕경(道德经)을 남겼다. 노자는 선섭생자, 이기무사지(善攝生者, 以基無死地)라며 '섭생(攝生)을 잘하는 사람은 죽음의 땅에 들어가지 않는다' 라고 하였다.  
 
노자는 자신의 생을 너무 귀하게 여기는 귀생(貴生)은 오히려 생이 위태롭게 될 수 있고, 자신의 생을 억누르는 섭생(攝生)이 오히려 삶을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는 '와사보생(臥死步生)'의 교훈이다.  
 
춘추전국시대 송나라의 철학자 장자(莊子)는 노자(老子)의 사상을 계승, 발전시킨 인물로 자연으로 돌아갈 것을 주장했다. 장자는 친구인 혜시(惠施)가 박식한 것은 책을 많이 읽은 것에 기인한다며 혜시다방 기서오거(惠施多方 其書五車)라고 하였다.  
 
장자의 말을 당나라의 시인 두보(杜甫)가 연소금개 만권여(年少今開 萬卷餘), 남아수독 오거서(男兒須讀 五車書) 라며 '지금껏 젊은 나이에 만 여권을 읽었도다, 남아는 모름지기 다섯 수레의 책을 읽을 지니라' 라고 인용하여 유명해졌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2021 한국출판연감'에 2020년 한 해 동안 8,165만 권이 발행됐고 평균 가격은 16,420원이라 한다. 다섯 수레의 책은 현재의 대학 교재로 환산하면 3천 권 정도라고 한다. 16,420원에 다섯수레 분량의 3,000권을 구입하면 49,260,000원이 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1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자료에 따르면 2020년 9월부터 2021년 8월까지 종이책, 전자책, 소리책을 포함한 성인 평균 종합 독서량은 4.5권으로 나타났다. 16,420원에 1년 읽을 분량인 4.5권을 구입하면 73,890원이 된다.  
 
'성을 쌓은 자는 망하고 길을 내는 자는 흥한다' 라는 격언이 있다. 춘추전국시대에 연나라, 진나라, 조나라 등은 북방의 흉노족을 막기 위해 장성을 쌓았다. 진시황제가 중국을 통일하고 만리장성을 완성했다.  
 
천고마비(天高馬肥)는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 가을에는 곡식과 가축을 노략질하는 흉노족이 활동하기 가장 좋은 계절이라는 뜻이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기온은 18~20도이고 습도는 40~60%로 독서보다 여행하기에 더 좋은 계절인지 모른다.  
 
그동안 많은 책을 읽었다. 학교를 다니면서 읽었고, 직장에 다니면서도 읽었다. 학생운동으로 감옥에 가서도 읽었고, 경찰에 쫓겨 다니면서도 읽었다. 아마도 다섯 수레가 아니라 열한 수레 정도는 읽었다. 그동안 많은 글을 썼다. 4,000일 동안 하루도 빼지 않고 SNS에 글을 올렸다. 그리고 9년 동안 한해도 빼지 않고 책을 출간했다.  
 
아버지가 운명하신 날에도 감옥에서 책을 읽었다. 그다음 날에는 아버지를 기다렸다. 어머니가 운명하신 날에도 빈소에서 글을 올렸다. 글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나의 삶이 되었다. 하지만 글을 읽고 쓰는 것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아니라 나를 위한 행위였다.  
 
스펑나무는 자식과 같은 나무라고 한다. 스펑나무가 아들이 어머니를 위해 만든 사원을 파괴했단다. 하지만 스펑나무가 죽으면 사원이 파괴되고, 스펑나무가 자라면 사원이 파괴된다. 그래서 스펑나무는 죽이지도 못하고 살리지도 못하는 자식 같은 나무라고 한다. 나는 죽이지도 살리지도 못한 스펑나무와 똑같은 아들이다.  

 

글. 서일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