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대형 과학시설 유치전이 다시 불붙었다. 이번에는 1조2000억원대 규모의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핵융합 실험 연구시설이다.
'인공태양'은 수소 1g으로 석유 8t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고갈 위기에 놓인 화석연료를 대체할 게임체인저이자 탄소중립을 실현할 미래 에너지원으로 주목 받고 있다.
연구시설 유치에 전국 7개 지자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광주·전남 지역은 에너지 특구 나주시가 또 한 번 '균형발전의 사각지대' 중심에 섰다.
나주시는 지난 2020년 당시 호남을 대표해 4세대 방사광가속기 유치에 나섰으나 고배를 마셨다.
당시 입지 평가 과정에서는 연구 인력이 밀집한 수도권과의 '접근성'이 과도하게 반영돼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원칙이 뒷전으로 밀렸다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논란이 지속됐었다.
이 때문에 지역 과학계와 시·도민들은 이번만큼은 국가 대형 연구시설이 부재한 광주·전남 지역 '빈칸'을 '인공태양 연구시설'이 채워주길 갈망하고 있다.
3일 광주·전남 과학계에 등에 따르면 나주시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달 말 선정하는 핵융합 연구시설 유치 후보지로 떠오르고 있다.
나주는 한국에너지공대(KENTECH·켄텍)와 에너지밸리, 한전 등 에너지 공기업이 밀집한 빛가람 혁신도시 등 연구 인프라를 이미 갖추고 있어서 에너지 분야와의 시너지 측면에서 최적지로 평가된다.
특히 인공태양 핵융합 연구의 핵심 기반인 '초전도 도체 시험설비'를 내년 중으로 한국에너지공대에 갖춘 후 본격적으로 가동하게 된다는 점에서 최대 강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한국에너지공대와 연계한 인공태양 연구생태계 조성은 세계적 수준의 에너지 융합 연구단지로 발전할 잠재력이 높다"며 연구시설 나주 유치에 힘을 보탰다.
그럼에도 유치전의 향방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나주 외에도 연구시설 유치에 나선 경북 포항시·경주시·울산시, 경남 창원시(추정), 대전 유성구, 전북 군산시 등 6개 지자체도 각각의 강점과 유치 논리를 내세워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과기부가 공개한 이번 연구시설 '부지 주요 평가항목'을 살펴보면, 기본 요건(40점), 입지 조건(50점), 정책 부합성(10점) 등 총 100점 만점으로 구성됐으며 7개 지자체 모두 약 50만㎡(15만여평)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조건이다.
해당 평가 항목 중 입지 조건 점수가 50점으로 비중이 가장 높으며, 지질적 적합(안정)성 등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하지만 이미 2개 지역은 과거 규모 5.4, 5.8의 대규모 지진이 발생한 적이 있다. 또 유력한 후보지로 꼽히는 A지자체는 대규모 부지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나주시가 제공할 왕곡면 에너지국가산단 인접 부지는 단단한 화강암 지반에 최근 20년 동안 규모 3.0 이상 지진이 한 번도 발생하지 않은 지질 안정성을 갖춘데다 사통팔달의 교통망 등을 갖췄다는 점에서 차별화 된다.
이러한 입지 변수 외에도 영남권에는 이미 포항 방사광가속기, 충청에는 중이온가속기가 자리 잡고 있다. 또 경북에는 대선 지역공약으로 1조원 규모의 국가 고(高)자기장연구소 설립이 예정돼 있다.
반면 광주·전남(호남권)에는 국가 주도의 대형 과학시설이 단 한 곳도 없다.
지역 과학기술계 관계자는 이를 "연구 기반 불균형이 고착되는 구조"라며 "지속 가능한 균형발전의 출발점은 첨단 과학 인프라의 분산 배치"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나주가 이번에도 제외된다면 지역 대학의 연구역량 강화나 우수 인력 정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번에는 국가가 '공정한 과학 균형'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또한 최근 '과학기술 인프라 불균형 개선'을 중점 정책 과제로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정부가 이번 인공태양 연구시설 입지 선정만큼은 5년 전처럼 단순한 접근성을 우선시하기보다는 지역의 성장잠재력과 연구생태계 구축 가능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윤병태 나주시장은 "인공태양 연구시설은 나주만의 프로젝트가 아니라 광주·전남·전북,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 꿈의 에너지 산업 선점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높일 국가 전략 과제"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인프라와 켄텍의 초전도도체 시험설비, 부지 안정성, 주민 수용성을 모두 갖춘 나주야말로 인공태양 연구시설의 최적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남도와 나주는 2021년부터 가장 먼저 이 사업을 준비해왔으며 이제 그 결실을 맺을 때"라고 덧붙였다.
과기부의 인공태양 연구시설 입지 선정 로드맵은 오는 13일 유치계획서 접수→14~20일 유치 희망 지역 사전 실무 현장 조사→21일 평가 결과 보고를 통한 우선 협상 지역(1순위) 선정→(11월 중) 선정 결과 발표로 이어진다.
연구시설 구축은 오는 2027년부터 2036년까지 약 5년간 추진된다.
연구시설이 준공되면 선정 지역에는 향후 300여 개 기업이 입주하고 최대 1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지역 경제에만 10조원이 넘는 경제적 파급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