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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권국의 도덕성은 어디까지 허용되는가

— 힘의 나라가 규칙을 버릴 때, 세계는 불안해진다 —

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칼럼니스트 이상수 |

 

패권국의 도덕성은 어디까지 허용되는가

— 힘의 나라가 규칙을 버릴 때, 세계는 불안해진다 —

 

요즘 국제정세를 바라보면 약소국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적지 않다. 세계 질서가 안정되려면 강대국이 강대국답게 행동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의 미국은 “패권국이 과연 공존의 양식을 지닌 어른인가”라는 의구심을 세계시민의 마음속에 남기고 있다.

 

 

패권국은 힘이 센 나라가 아니다. 힘을 절제할 줄 아는 나라다. 국제사회가 미국의 결정에 때로 불만을 품으면서도 일정 부분 수용해 왔던 이유는, 미국이 ‘규칙’과 ‘제도’를 통해 세계를 관리해 왔기 때문이다. 미국은 부담을 많이 떠안았다. 그 부담이 세계를 지탱한 측면도 있었다. 그리고 그 제도적 뒷받침 속에서 미국은 동맹을 넓히고 시장을 확장하며 비즈니스 기회를 키워왔다. 또한 이민자들이 가져온 다양성과 아이디어는 미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되어 왔다. 이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런데 최근 미국이 보여주는 행태는 “규칙을 만든 나라가 규칙을 거부하는 모습”처럼 비친다. 국제기구와 공동체에서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발을 빼는 장면은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세계가 함께 합의한 룰을 따르지 않겠다는 선언처럼 들린다. 만약 그 길이 일반화된다면, 국제사회는 협력의 질서가 아니라 힘의 질서로 회귀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비용은 약소국만이 아니라 결국 미국 자신에게 되돌아온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내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재정 운용이 어렵고 사회적 갈등이 커졌다는 현실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해결책이 관세와 추방, 그리고 물리적 충돌로만 표출된다면 그것은 ‘계획’이 아니라 ‘감정의 통치’가 된다. 불법 이민 문제는 법과 제도로 다뤄야 한다. 하지만 고등학생들까지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이는 장면이 반복되고, 그에 대해 무력으로 진압하려는 모습이 세계에 중계되는 순간, 미국이 오랜 시간 쌓아온 신뢰는 급속히 손상된다. 문제는 그 신뢰가 무너지면, 회복 비용이 관세 수입보다 훨씬 더 커진다는 점이다.

 

패권국의 도덕성 임계점은 어디인가. 나는 그 기준을 단순하게 생각한다. 첫째, 국제 규칙을 함부로 깨지 않는 것. 둘째, 약한 나라의 자존을 모욕하지 않는 것. 셋째, 내부 문제를 외부의 희생으로 덮지 않는 것. 넷째, 인권과 절차를 ‘효율’이라는 말로 생략하지 않는 것. 이 네 가지가 무너지는 순간, 패권은 리더십이 아니라 지배로 바뀌고, 세계는 공포와 불신으로 흔들린다.

 

세계시민에게 말하고 싶다. 강대국의 변덕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국제 규칙과 다자 협력의 가치를 더 강하게 붙들어야 한다. 미국 시민에게도 말하고 싶다. 미국의 위대함은 군사력이나 달러만이 아니라, 절차를 지키는 품격과 약자를 대하는 태도에서 나왔다. 그리고 트럼프 정부의 참모들에게 묻고 싶다. “예스맨”은 권력을 편하게 만들지만, 국가를 위험하게 만든다. 지도자의 생각이 곧 법이 되는 순간, 국가는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불안해진다.

 

패권국은 세계의 경찰이기 전에 세계의 어른이어야 한다. 어른은 힘이 있어도 함부로 쓰지 않는다. 힘의 과시는 단기 성과를 만들 수 있으나, 절제의 리더십만이 장기 신뢰를 만든다. 지금 세계가 원하는 것은 ‘강한 미국’이 아니라 ‘믿을 수 있는 미국’이다. 패권국의 도덕성이 임계점을 넘는 순간, 미국이 잃는 것은 적이 아니라 동맹이며, 돈이 아니라 신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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