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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 에세이] 마지막 포옹

   50세는 하늘의 뜻을 안다는 의미로 지천명(知天命)이라 한다. 지천명에 들어선 어느 날 한 분과 진한 포옹을 하며 흘렸던 눈물이 기억이 났다. 기억과 함께 그분 가슴의 그리움을 알아차리게 되었지만 이미 때는 늦었음을 알았다. 그리고 나는 마음속 깊은 회한의 눈물을 흘리며 그분과의 가슴 따뜻한 추억을 그리움으로 찾아 나섰다. 

 

시골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친 후 대학을 서울로 진학하게 되면서 상경하게 되었다. 시골집에서 서울까지는 직행버스에서 고속버스로 환승을 하며 꼬박 5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였다. 여학생 혼자 사는 것이 걱정되었던 부모님의 권유로 오빠 신혼집에서 함께 살게 되었다. 

 

상경 후 반년이 지나고 처음 맞게 된 한가위 추석 명절 낯선 서울에 홀로 남게 되었다. 보름달 속에는 한들거리는 코스모스와 파랗게 싹이 나던 보리밭 사잇길이 그곳에 있었다. 검정 교복 치마가 팔랑거리듯 나풀거리고 보라색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페달 밟던 자전거도 있었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계셨고, 부모님이 계셨으며 친구들이 있었다. 밤하늘을 수놓았던 별들과 황금빛 보름달은 그렇게 내 가슴에 내려와 함께 울어주었다.

 

 

세월은 그렇게 기억들과 추억들을 쌍으로 업은 채 나에게서 잊혀갔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떠오르는 한 분이 계셨다. 

 

6살이던 나의 머리를 손수 직접 감겨주셨던 분, 5학년 아이가 두발자전거 배운다며 타다 넘어질 때 뒤에서 균형을 잡아 주셨던 분. 나의 학창 시 절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싶어 하시던 분, 학력고사를 치른 직후 첫 미팅의 히스토리까지 알고 계신 분. 기나긴 겨울밤 민화투 치며 이겼다고 좋아하시던 분, 내 성적표를 받아들고 부모님 모르게 학부모 란에 확인 도장 찍어주셨던, 첫 미팅에서 만났던 친구가 내게 보내 준 편지를 가슴에 품고 손녀딸 오기만을 기다리고 계셨던 나의 할아버지. 

 

서울 상경 후 처음으로 귀향해 할아버지를 뵌 순간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 껴안고 엉엉 울어버렸던 그 찰나의 순간, 사진의 한 컷으로 내 마음에 살아있었다는 걸 나는 쉰이 넘어서야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분의 심정이 어떠하였을지도 아주 깊게 공감할 수 있었다. 

 

당신의 친구였고, 말벗이었던 손녀가 얼마나 그립고 보고 싶었을지 그 마음을 지천명이 넘어서야 헤아리게 되었다. 온전히 내 편이 되어주셨던 할아버지, 무슨 말을 해도 무조건 수용해주셨던 할아버지. "보고 싶습니다. 당신이 무척이나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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