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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기도, 어렵기도 한 정치(政治)

국회는 다선 즉 선수(選數)가 자리를 만든다.

정치 신인들과 야인(野人)들은 금배지를 한 번 달아보겠다고, 기성 정치인들은 가슴에 단 금배지를 놓치지 않겠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안간힘도 이제 불과 45여 일 밖에 남지 않았다.

 

4·10 총선 후보 선출을 위한 더불어민주당의 광주 경선에서 현역 의원 3명이 무더기로 탈락했다. 

 


민주당에 따르면 1차 경선 결과 광주 동남갑은 정진욱 당 대표 정무특보, 북구갑은 정준호 변호사, 북구을은 전진숙 전 청와대 행정관이 승리했다.

 

세 곳 모두 현역인 윤영덕·조오섭·이형석 의원과 2인 경선으로 치러졌는데 현역이 모두 패배했다.

광주 8개 선거구 중 3개 선거구 경선에 ‘현역 전멸’이라는 결과는 상당히 충격적이다.

 

불출마 선언이나 컷오프가 아닌 경선을 통해 민주당 현역이 탈락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26일 시작되는 남은 선거구 결과에 지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역 전멸이라는 경선 결과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먼저, ‘현역 물갈이론’이 컸다는 의견이 있다. 


전폭적인 지지에도 불구, 4년 동안 제 역할을 하지 못한데에 대한 유권자들이 회초리를 들었다는 것이다. 
시민 대상 경선 여론조사에서 지명도가 낮은 도전자가 현역 의원을 이긴 데에는 물갈이 여론이 뒷 받침 했다는 짐작을 하게 한다.

 

또 다른 의견으로는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론과 윤석열 정권에 맞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불만이 반영된 결과가 아니었겠냐는 의견도 분분하다.

 

26일부터 광주 동남을과 광산을에서 시작되는 2차 경선에는 나머지 5개 선거구에 대한 경선이 진행된다. 이런 추세라면 4년 전 광주·전남에서 기록한 역대 최대 현역 교체율(83%)을 넘어설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이런 전망 뒤에는 친 이재명계의 속내가 엿보이는 공천심사와 결과들이 속속 드러나 씁쓸함을 더하고 있다. 

 

23일 비명계 중진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현역 의원 평가 하위 10% 통보’를 받은 사실을 공개했다. 


설 의원을 비롯해 이날까지 하위 20% 통보를 받은 현역 의원은 김영주·김한정·박영순·박용진·송갑석·윤영찬 의원 등 7명이다. ‘하위 10%’ 의원은 경선 득표의 30%, ‘하위 20%’ 의원은 20% 감산 페널티를 받는다.

 

대표적인 비명계로 분류되는 5선 중진 설 의원은 “이재명 대표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대표가 아닌 국민을 위한 민주당을 지키고자 했다는 이유로, 민주당의 본연의 가치를 다잡고 정신을 지키고자 앞장섰다는 이유로 하위 10%에 밀어 넣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이 비명횡사이며 사천 아니냐”며 “도대체 무슨 근거로 제가 하위 10%에 들었는지 공관위는 명명백백히 밝히길 요구한다”고 했다.

 

최근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도 당내 공천 과정에서 “뺄셈의 정치가 극에 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과 친명계 인사들이 윤석열 정부 탄생에 기여한 인사들에게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라고 한 발언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친문, 비명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인사들은 친명계 의원들이 잇따라 비명계 의원 지역구로 출마하는 이른바 ‘자객 출마’ 논란과 관련해 “당 공천관리위원회나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당직자들이 제때 필요한 결단을 하지 못한다면 ‘이재명 사당화’ 비판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면서 “국민의 심판과 평가를 받는 선거에서 민주당이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우려가 현실로 직면하듯 하위 20% 통보를 받은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들 대다수가 다선 의원들이며 비명계다.

 

*설훈 의원(5선), 김영주 의원(4선), 김한정 의원(2선),·박용진 의원(2선)·송갑석 의원(2선)·윤영찬 의원(초선), 박영순 의원(초선)

 

일찌감치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4선) “정치권에는 이미 기득권이 형성돼 있다.

이런 관료주의 아래에서 초선이 일하긴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초선은 입법 관련 훈련이 부족하고, 과거의 초선보다 전투력이 약하다”면서 “특히 사회활동 기간이 길어 국회에 늦게 들어온 의원들은 적응력이 떨어지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초선 의원들의 잇따른 불출마 선언에 대해 우 의원은 “의사는 존중하지만, 바람직해 보이진 않는다”고 했다.

우 의원은 “초선만으로는 국회에서 제 역할을 다하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 “3선은 해야 제대로 된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상호 의원의 지적을 방증하듯 실제 국회는 다선 즉 선수(選數)가 자리를 만든다.


재선급 이상은 되어야 상임위 간사에 명함을 내 볼 수 있으며, 3선 이상이 상임위원장, 4선 국회 부의장, 최소 5선급 다수당 출신이어야만 국회의장직에 오를 수 있는 게 국회의 불문율이다.
이렇듯 지역을 위해서는 다선의원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꼭 필요하다. 


여의도가 정치 신인의 인턴 실습장이 아니다. 지역민 삶의 질 향상과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정치 경험이 축적된 중진의 일꾼이 광주시민들에게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치란 어렵기도 하지만 쉽게 할 수도 있다. 
깊은 진리나 높은 수준의 정치철학에 어둡더라도 옛날부터 전해오는 평범한 상식에 충실하기만 해도 큰 오류 없이 좋은 정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정치란 쉽게 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상식적인 정치원리에 충실하게 응하지 않는다면 절대로 좋은 정치는 이행되지 않기 때문에 또, 정치는 어렵다고 말한다. 


정치 지도자들이 지켜야 할 상식만 제대로 이행하면 선치(善治)를 구현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세상은 시끄러워지고 당사자 또한 불행에 빠지고 만다.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 위정자'편에 기술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