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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복의 무게

- 판사가 입는 법복의 의미 -

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칼럽니스트 이상수 |

 

법복의 무게

- 판사가 입는 법복의 의미 -

 

법정의 문이 열리고 판사가 입장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검은 법복이다. 단정한 옷차림 속에서 판사는 개인이 아니라 ‘법의 대리인’으로 등장한다. 법복은 단순한 제복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이 아닌 법이 말하게 하는 장치, 즉 ‘양심의 외투’다.

 

 

법복의 색은 왜 검을까. 검은색은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중립의 색이다. 화려함을 덜어내고 감정을 감춘다. 판사가 법복을 입는 순간, 그 개인의 성향과 감정, 생활의 무늬는 모두 사라진다. 오직 법과 양심만이 법정에 남는다. 그래서 법복은 권위의 상징이 아니라, 겸허함의 상징이다.

 

법복을 입는 일은 단순한 출근 의식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서약이다. 판사는 재판정에 서기 전,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지금 누구를 위한 재판을 하는가?”

“내 판결은 법과 양심에 부합하는가?”

“이 옷의 무게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질문에 진심으로 답할 수 있는 사람만이 "법복을 입을 자격"이 있다. 왜냐하면 그 옷은 권력의 갑옷이 아니라 양심의 사슬이기 때문이다. 정의롭지 못한 판사에게 법복은 단지 검은 천 조각에 불과하다. 그러나 올곧은 판사에게 그것은 ‘국민이 맡긴 신뢰의 옷’이다.

 

법복은 권위를 세우려는 옷이 아니다. 오히려 권위를 견제하기 위한 장치다. 인간의 불완전함을 잊지 말라는 상징이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때로는 편견에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법복은 판사에게 겸손을 가르친다. “너 또한 인간이니 늘 스스로를 의심하라.” 그 겸허함이 사라질 때, 법정은 권위주의의 공간으로 변하고, 국민은 정의를 믿지 않게 된다.

 

판결문 한 줄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 냉정한 문장 하나가 누군가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다. 그렇기에 법복을 입은 판사는 글 한 줄의 무게를 알고 써야 한다. 판결은 기술이 아니라 양심의 문장이 되어야 한다.

 

◆진정한 판사는 법복을 입는 순간마다 마음속으로 다시 서약해야 한다.

 

“오늘 나는 국민 앞에서 법을 대리한다. 이 옷은 나의 힘이 아니라, 국민이 준 신뢰다.”

 

법복은 화려하지 않지만, 그 속에는 세상의 정의가 숨 쉬고 있다. 판사의 손끝에서 내려지는 한 줄의 문장은 그 옷의 무게만큼이나 무겁다. 법복의 주름 속에 권위가 아니라 양심의 빛이 깃들 때, 비로소 법정은 국민에게 존경받는다.

 

※그날, 법복은 단순한 옷이 아니라 정의의 형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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