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예산 계획의 8배에 달하는 예비비 1억6000만 원을 성탄절 꾸밈 행사에 편성한 광주 광산구가 용처 적절성 논란이 일자 행사를 취소했다.
광주 광산구는 이달 말까지 광주송정역 광장 인근에서 열릴 예정이던 '12월 가장 예쁜역, 뷰티풀 송정' 행사를 취소했다고 1일 밝혔다.
광산구는 매년 트리 장식 예산으로 2000만 원을 계획했지만 지난 9월 자체 심사를 거쳐 성탄절 관련 행사에 예비비 1억6000만 원을 별도 편성했다.
광산구는 예비비 집행에 앞서 구의회에 사전 설명 관행을 지키지 않았고, 연초 사업 계획보다 꾸밈비에 과도하게 예산을 편성한 것에 대해 용처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일자 철회 결정을 내렸다.
이후 주민과 송정역 인근 상인들에게 행사 취소를 알리고, 장식 용역 업체와 계약 절차를 중단했다.
당초 행사 취지는 역 인근에 높이 15m의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와 빛 조형물을 설치해 이색 볼거리를 제공, 관광·상권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구가 일회성 행사에 기존 예산의 8배에 달하는 예산을 편성하면서 방만 집행 논란이 일었다.
예비비는 공공기관이 예상치 못한 지출과 긴급한 상황에 대비해 쓰는 자금으로 지방재정법 43조에 따라 예측할 수 없는 예산 외의 지출 또는 예산 초과 지출, 재해·재난 관련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예비비는 이미 사용한 뒤 다음 해에 지방의회에 집행 승인을 받기 때문에 일반 예산보다 엄격한 잣대의 기준으로 편성해야한다.
이를 두고 국강현 광산구의원은 "구가 예비비라는 세금을 행사에 자의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의회와 주민을 무시한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주민을 대신하는 의회와 소통하고 사용 원칙에 맞게 예산을 집행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행사 취소에 따라 광산구는 당초 계획대로 예산 2000만 원 안에서 광주송정역에 성탄 트리만 설치할 예정이다.
광산구 관계자는 "이번 예비비는 일반예비비로, 재난이나 긴급한 사항과는 관련이 없다"며 "예비비 집행에 법령상 하자가 없다고 하더라도, 의회를 존중하는 입장에서 집행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을 계기로 구의회와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