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KBN 한국벤처연합뉴스 특별취재-대한기자협회 김필용 이사장 |
2026년 2월 13일, 성산효대학원대학교 강당은 여느 학위수여식보다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수많은 졸업생 사이로 단정하게 박사학위복을 갖춰 입은 한 여성이 단상에 올랐다.
주인공은 임향 박사. 북한이탈주민으로서는 국내 최초로 ‘효학(孝學) 박사’ 학위를 취득한 순간이었다.
꽃다발을 품에 안은 그의 눈가는 촉촉했지만, 눈빛만은 그 어느 때보다 단단했다. 사선(死線)을 넘은 탈북의 여정과 낯선 남한 사회에서의 정착, 그리고 학문의 길에 매진했던 지난 10여 년의 세월이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분단의 벽을 허문 '인류 보편적 가치', 효(孝)
임향 박사의 연구는 단순히 고전적 의미의 효에 머물지 않는다. 그는 남과 북의 체제를 모두 경험한 독보적인 이력을 바탕으로, 분단 70년이 바꾼 가족의 형태와 그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추적했다.
* 북한의 가족관: 국가 중심의 유교적 가부장제와 집단주의가 결합된 형태.
* 남한의 가족관: 급격한 산업화와 개인주의 속에서 재해석되는 효.
임 박사는 논문을 통해 “북한의 효가 국가 체제 유지의 수단으로 강조된다면, 남한의 효는 점차 선택과 공감의 영역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 상이한 두 가치관 사이의 간극을 메울 열쇠로 '세대 간 공감과 치유로서의 효'를 제시했다.
"정치적 통합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마음의 통합'"
임 박사에게 효는 학문을 넘어선 '사회적 치유제'다. 그는 북한이탈주민으로서 겪은 문화적 이질감과 정착 과정의 고충을 연구의 자양분으로 삼았다.
"통일은 단순히 땅이 합쳐지는 것이 아닙니다. 헤어졌던 가족이 다시 만나고, 서로 다른 삶을 살았던 이들이 한 밥상에 앉는 마음의 결합입니다. 그 토양을 만드는 것이 바로 우리 민족의 공통 DNA인 '효'와 '가족 공동체'의 회복입니다."
실제로 그는 책상 앞 연구에만 그치지 않았다. 생애 나눔 대화, 남북 교류 프로그램, 통일 문화 행사 등 현장을 발로 뛰며 북한이탈주민들이 남한 사회에 뿌리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실천적 지식인의 면모를 보여왔다.
절망에서 피어난 희망
북한이탈주민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임향 박사의 1호 박사 학위 수여는 동료 북한이탈주민들에게도 큰 이정표가 되고 있다. '이방인'이라는 시선을 견디며 학문의 정점에 선 그의 모습은, 정착의 어려움을 겪는 수많은 이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강력한 희망의 증거가 되었다.
임 박사는 소감에서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오늘의 이 박사모는 저 개인의 영광이 아니라, 저를 믿고 응원해 준 우리 공동체의 성취입니다. 이제 저는 남북 사회를 잇는 튼튼한 다리가 되어, 효문화가 한반도 전체에 따뜻한 온기를 전할 수 있도록 헌신하겠습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여정
학위수여식을 마친 임향 박사의 발걸음은 벌써 다음 목적지를 향하고 있다. 효학의 현대적 가치를 전파하고 공공 영역에서 남북 통합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그의 포부는 이제 막 첫걸음을 뗐다.
북한이탈주민 1호 효학 박사의 탄생은 우리 사회에 묻고 있다. 우리가 잊고 살았던 '가족'과 '효'라는 가치가, 어쩌면 거창한 정치 구호보다 더 빨리 통일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가 아닐까 하는 물음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