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칼럼니스트 이 상 수ㅣ
<돌담에서 배우는 삶의 철학 ③>
돌담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
― 바람도 쉬어가는 자리 ―
어느 마을길을 걷다 보면, 오래된 돌담이 있다. 햇빛에 물든 이끼, 바람에 매만져진 표면, 그 앞에 서면 마음이 절로 느려진다. 돌담은 아무 말이 없다. 그저 묵묵히 서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 침묵 속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 돌을 쌓던 손의 체온, 지나간 세월의 바람, 그리고 그 곁을 오가던 사람들의 한숨과 웃음이 모두 그 안에 스며 있다. 돌담은 그 자체로 마을의 기억이며, 사람들의 삶을 품은 연대기다.
◆ 모난 돌이 제 자리를 찾을 때
좋은 돌담은 모난 돌이 꼭 필요하다. 둥근 돌만으로는 담이 세워지지 않는다. 누군가의 거친 돌기가, 다른 누군가의 움푹한 자리에 맞물리며 담은 단단해진다. 사람도 그렇다. 부드러운 이만으로는 세상을 지탱할 수 없다. 고집이 있고, 모가 있고, 때로는 맞서 싸우는 사람, 그들의 존재가 사회를 버티게 한다. 모난 돌을 버리지 않고 자리에 맞춰 쌓아 올린 돌담은 불완전함 속의 완성을 보여준다. 그 모양 그대로, 사람 사는 세상도 그렇다.
◆ 돌담에 기대어 쉬는 사람들
오랜 세월, 돌담은 사람의 어깨를 받쳐주었다. 장터에서 짐을 진 상인이 숨을 고르고, 학교를 마친 아이들이 가방을 내려놓으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던 그 자리에 돌담은 언제나 있었다.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담, 그러나 모두의 것이었던 담. 그 앞에 기대어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던 사람들. 돌담은 그들의 이야기를 지워지지 않는 흔적으로 품고 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돌담에 기대어 산다. 누군가의 따뜻한 말, 어머니의 손, 친구의 위로, 그 모든 것이 우리를 버티게 한 보이지 않는 담이다.
◆ 바람도 쉬어가는 자리
돌담은 바람을 막지 않는다. 그저 바람이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내준다. 그래서 돌담 앞에 서면 바람도 고요해진다. 사람의 관계도 그렇다. 완벽히 막으려 하지 않고, 서로의 다름을 통과시켜 줄 때 마음의 바람은 잦아든다. 결국 서로 다른 이들이 어깨를 기대고 서 있는 것, 그것이 공동체이고, 삶의 풍경이다.
◆ 돌담의 세월, 사람의 시간
세월이 지나면 돌담은 이끼가 끼고, 돌의 색은 바래진다. 그러나 그것은 낡음이 아니라, 시간이 그려낸 문양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젊은 날엔 날카로웠던 마음이 세월의 비를 맞으며 부드러워진다. 그 흔적이 쌓여 인생의 무늬가 된다. 돌담이 세월의 바람을 견디듯, 사람도 그렇게 하루하루를 견디며 단단해진다. 그 과정이 곧 삶의 품격이다.
◆ 결론 : 돌담처럼 사는 일
돌담은 스스로 서지 않는다. 서로 기대어 서야만 무너지지 않는다. 사람의 삶도 그렇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또 누군가를 받쳐주며 우리 모두는 그렇게 하루를 산다. 돌담은 세상을 가르지 않는다. 오히려 세상을 잇는다. 그 위로 꽃이 피고, 바람이 쉬고, 사람이 지나간다. 결국, 살아간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따뜻한 돌담 한 줄이 되어주는 일이다. 묵묵히, 그러나 단단히, 세상의 한 자리를 지켜주는 일이다. 끝.
<돌담 시리즈 참조>
돌담에서 배우는 삶의 철학 ① 시리즈
돌담의 원리, 조직의 원리 -https://naver.me/5ZSkUBar
돌담에서 배우는 삶의 철학 ② 시리즈
돌담의 사회학, 협치의 구조-https://naver.me/FdouBnTx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