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칼럼니스트 이상수 |
우리 조직에 쥐나 사나운 개는 없는지?
-안영과 경공이 남긴 고전의 통찰과 현대 조직의 성찰-
◆ 지신묘의 쥐 ― 보이지 않는 내부의 위협
전국시대(戰國時代) 제(齊)나라에는 세 군주 '영공·장공·경공" 을 연이어 보좌하며 제나라의 전성기를 이끈 재상 안영(晏嬰)이 있었다. 그는 직언을 두려워하지 않는 신하였고, 군주의 그릇을 함께 키운 참된 재상이었다.
어느 날 경공이 물었다.
“나라를 다스리는 데 있어 가장 걱정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
안영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지신묘(地神廟)의 쥐입니다.”
그는 설명했다.
“지신묘는 토지신을 모시는 곳이라 연기를 피우자니 목재가 탈까 두렵고, 물을 붓자니 진흙 장식이 훼손될까 걱정입니다. 그래서 쥐를 몰아낼 방법이 없습니다. 임금 곁의 간신도 이와 같습니다. 안에서는 임금을 미혹하게 하고, 밖에서는 백성을 억압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군주의 신임을 등에 업고 있어 손대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더욱 위험한 쥐입니다.”
이 비유는 오늘날 조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눈에 띄지 않는 내부의 이권, 사익을 좇는 구성원, 리더의 주변을 오염시키는 사람들은 조직을 조용히 갉아먹는다. 그러나 그들은 언제나 ‘지신묘’에 머문다. 건드리기 어렵고, 손대려 하면 “조직의 질서가 흔들린다”며 더 큰 문제로 포장되기 때문이다.
◆ 사나운 개의 비유 ― 충언을 막는 또 다른 그림자
안영은 다른 비유도 들었다. 어떤 술장수는 깨끗한 그릇과 큰 기(旗)를 세워 손님을 끌었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이웃이 말해 주었다. “자네 집 개가 너무 사납네. 손님이 들어서기만 하면 달려들어 무는데 누가 오겠나.”
안영은 말했다. “나라에도 이런 사나운 개가 있습니다. 덕 있는 선비가 임금을 돕고자 하면 달려들어 물어뜯고, 자신들의 얄팍한 말로 짖어대지요. 이것이 나라의 사나운 개가 아니겠습니까?”
정권 주변을 지키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충언을 차단하고, 인재를 배척하며, 리더를 고립시키는 ‘사나운 개’ 는 모든 공동체에 존재한다.
◆ 인자한 군주의 조건 ― 말할 자유와 듣는 품격
안영은 하루에 세 번 경공의 잘못을 지적하기도 했다. 중국 역사에 남은 ‘일일삼과(一日三過)’의 유래다. 안영의 용기만큼 중요한 것은 군주의 그릇이다. 신하의 충언을 받아들이며 스스로를 고쳐 나갈 수 있던 경공은 인자한 군주였다. 인자한 지도자는 신하에게 말할 자유를 허락하고 그 말 때문에 처벌하지 않으며, 조직이 자신의 귀와 눈을 닫지 않도록 지킨다. 오늘 우리의 조직은 어떠한가. 권력자 주변의 쥐나 사나운 개는 없다고 말할 수 있는가. 오히려 말하는 사람을 경계하고, 침묵하는 사람을 신임하는 구조가 더 흔한 것은 아닌가.
◆ 우리 사회와 조직에 묻는 마지막 질문
조직을 무너뜨리는 것은 거대한 위기가 아니다. 조용히 퍼지는 작은 어둠이다. 그리고 그것을 외면하는 우리 자신의 침묵이다. 쥐를 탓하는 것도, 개를 탓하는 것도 충분하지 않다. 안영 같은 신하를 키우고, 경공 같은 리더를 키우는 것은 결국 그 공동체의 문화이며 선택이다. 지금 우리 주변에는 어떤 존재들이 있는가.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은 혹시 내가 지신묘의 쥐나 사나운 개의 역할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순간, 조직의 회복은 이미 시작된다.
주: 이 칼럼은 필자가 『시민의소리』 (2013.05.02)에 게재한 글을 재 수정하여 작성한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