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칼럼니스트 이상수 |
2026년 병오년, 다시 동방예의지국을 향해
2026년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가 밝았다.
병(丙)은 태양처럼 밝고 드러나는 기운을 뜻하며, 오(午)는 하루 중 가장 에너지가 왕성한 정오를 상징한다. 병오년은 활력과 도약의 해이자, 동시에 모든 것이 빛 아래 놓이는 해다. 숨길 수 없는 시간, 말보다 태도가 평가받는 시간이다.
개화기 선교사 ‘제임스 스카스 게일’ 은 한국인에 대해 이렇게 기록했다.
“종교도 없는데 어찌 이렇게 선량할까. 배움도 없는데 어찌 이렇게 도덕적으로 성숙할까. 끼니도 넉넉지 않은데 어찌 이렇게 느긋할 수 있을까.”
이 물음은 단순한 찬사가 아니었다. 제도나 종교 이전에 사람을 지탱하던 양심, 이익보다 관계를 중시하던 공동체의 질서를 향한 감탄이었다. 우리는 그 정신을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말로 불러왔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우리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세계는 때로 한국을 역동적인 나라로 평가하면서도, 동시에 신뢰의 부족과 규범 경시를 지적해 왔다. 단기 성과와 속도에 매달린 사회는 결국 관계를 소모시키고, 공존의 토대를 약화시킨다. 이겨야 산다는 논리는 개인을 살릴 수는 있어도, 공동체와 국가는 지켜주지 못한다.
그럼에도 희망은 분명하다. K-팝과 드라마, 영화와 음식, 한글에 이르기까지 한국 문화는 세계인의 일상이 되었다. 이제 세계는 한국을 ‘보고’ 있고, ‘찾아오고’ 있으며, ‘배우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문화가 남긴 감동 뒤에 남는 것은 우리의 행동, 우리의 태도, 우리의 품격이다.
◆병오년을 맞는 지금, 다시 동방예의지국을 말하기 위해 우리가 새겨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첫째, 경쟁의 목표를 바꿔야 한다. 이기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갈 수 있는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 단기 승리보다 장기 신뢰가 성과로 평가받는 사회여야 한다.
둘째, 법을 이용하는 기술보다 규범을 지키는 태도를 회복해야 한다. 규칙을 지키는 것이 손해가 아니라, 공동체의 신뢰를 쌓는 가장 확실한 투자임을 다시 배워야 한다.
셋째, K-컬처를 넘어 K-컨덕트(Conduct), 즉 행동의 문화로 나아가야 한다. 줄을 서는 모습, 약속을 지키는 자세, 약자를 대하는 태도 속에서 한국은 다시 평가된다.
넷째, 공론장의 언어를 바꿔야 한다. 조롱과 공격 대신 설명과 설득, 분열 대신 합의의 언어가 사회를 성숙하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지도층부터 정오의 태양 아래 서야 한다. 책임 없는 권한은 오래 갈 수 없고, 성과 없는 자리는 내려놓을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지도자의 태도는 그 사회의 도덕 기준이 된다.
병오년은 더 빨리 달리는 해가 아니라, 어디로 달려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해다. 붉은 말의 힘이 서로를 앞지르기 위한 발굽이 아니라, 세계와 신뢰로 이어지는 길을 여는 에너지가 되기를 바란다.
2026년,우리가 다시 조심스럽게 그러나 당당하게 말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이름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