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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뉴스

고령 운전자 면허증 반납 실효성 의문

"면허 반납하면 현금"…지자체, 고령운전자 잇단 사고에 골몰
10만∼30만원대 지원에도 반납 저조…"어르신 운전 이유 분석해 교통체계 개편 등 대안 마련해야"

서울시청역 주변 역주행 사고 등 최근 고령 운전자들의 사고가 잇따르면서 나이 많은 운전자들의 면허 반납이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전국 각 자치단체는 고령 운전자가 면허증을 반납하면 현금이나 교통카드를 제공하는 등 고령 운전자들의 운전을 줄이려는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면허증 반납 등으로 운전을 하는 사람이 줄어들면 그만큼 사고 발생 가능성이 작아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고령 운전자들의 참여는 저조한 편이어서 면허증 반납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기는 실정이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운전자가 가해자인 교통사고는 3만9천614건으로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교통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0%로 1년 전(17.6%)보다 늘었다.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는 특정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

 

지난해 전북특별자치도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173명 가운데 63명(37.1%)은 고령 운전자가 낸 사고로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전북에서는 2022년에는 교통사고 사망자 194명 가운데 73명(39.6%), 2021년에는 194명 중 65명(33.5%)이 고령 운전자가 낸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같은 해 경남에서 65세 이상 운전자가 가해자인 교통사고는 모두 2천473건으로 10년 전인 2013년(1천147건)보다 53.6%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경남지역 전체 교통사고 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21년 16.9%(전체 1만992건 중 1천865건), 2022년 18.8%(1만540건 중 1천985건), 2023년 22.4%(1만1천34건 중 2천473건)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는 2019년부터 면허증을 반납하는 70살 이상 노인에게 10만원이 충전된 선불형 교통카드를 지급하고 있다. 면허증을 반납한 고령 운전자 수는 2019년 1만6천956명에서 지난해에는 2만5천289명으로 늘었다.

 

동작구는 서울시내 기초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올해부터 면허증을 자진 반납하는 70살 이상 어르신 가운데 이른바 '장롱면허'를 제외한 실제 운전자에게 1년 동안 34만원의 교통카드를 제공하기로 했다.

면허 반납자에 대해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는 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많은 액수이다.

 

경북에서도 기초단체들이 관련 조례를 마련해 면허를 자진 반납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경북도는 2019년 65살 이상 운전자가 면허증을 반납하면 교통비 등 필요한 지원을 하고, 도내 시·군이 관련 조례를 만들면 도가 일부 예산을 지원할 수 있게 한 '경북도 교통안전 증진 조례'를 마련했다.

경북도의 조례 제정 이후 포항시와 영천시, 경산시, 청도군 등 도내 상당수 자치단체가 관련 조례를 제정해 면허증을 반납하는 운전자들에게 1년 동안 10만∼20만원의 교통비를 지원하고 있다.

10만원의 교통카드나 같은 금액 상당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경산시에서는 2020년 이후 지난해까지 모두 2천87명의 고령 운전자가 면허증을 반납했고, 올해도 700여명이 면허증을 반납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 자치단체는 고령 운전자들의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운전면허 자진 반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당사자인 어르신들의 참여는 적극적이지 않다.

 

면허 반납에 대한 지원이 반납하는 그해에 그치고, 지원 금액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구의 고령 운전자 23만6천47명 가운데 면허를 반납한 운전자는 2천867명으로 전체의 1.2%에 불과했다. 2023년에 면허를 반납한 운전자도 5천784명으로 반납률은 2.6%에 그쳤다.

 

인천에서도 고령 운전자의 면허 반납 비율은 2019년 4.5%, 2020년 2%, 2022년 6.4% 등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전북지역 70세 이상 면허소지자 9만7천538명 가운데 면허를 반납한 사람은 4천347명(4.5%)에 그쳤다.

 

경기지역 각 자치단체도 고령 운전자가 면허를 반납하면 10만∼35만원까지 차등해 지역 화폐를 지급하고 있지만, 해마다 고령 운전자의 면허증 반납률은 2%대를 넘지 못한다.

 

춘천시도 면허증 반납 운전자에게 주던 상품권을 기존 1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올렸다. 그러나 반납자는 2022년 947명, 2023년 810명, 올해 상반기 341명 등으로 계속 줄고 있다.

 

면허 반납이 저조하자 자진 면허 반납을 유도하거나, 고령 운전자 차량임을 주변에 알려 사고를 줄이려는 움직임도 있다.

 

이용록 충남 홍성군수를 비롯해 홍성지역 기관장 13명은 지난달 초 모여 자신들이 고위험 운전자가 되면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하겠다고 약속하며 '운전면허 자진 반납 약속 캠페인'을 시작했다.

 

자치단체장 등이 운전면허 자진 반납을 약속한 것은 전국에서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남 장성군은 2019년부터 만 75세 이상이 면허증을 반납하면 10만원 상당의 지역화폐 등을 지급해오다가 2021년부터는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70세 이상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또 지난해부터는 차선 이탈 경보장치 설치비용(50만원)도 전액 지원하고 있다.

 

2020년부터 면허 반납자에게 10만원을 지급했던 경북 청도군은 면허 반납에 대한 어르신들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올해부터 지원 금액을 20만원으로 올렸다.


부산자치경찰위원회는 75세 이상 운전자에게 고령 운전자 표지를 배부하고 있다. '어르신 운전 중'이라고 적힌 표지를 부착해 주변 차량이 인식하게 하기 위해서다.

 

부산자치경찰위원회는 "표지 배부로 고령 운전자가 배려받고 사고율도 낮아졌으면 한다"며 "고령 운전자들이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해 주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경북의 한 기초자치단체 관계자는 "노인 인구가 계속해 늘고 있는데 면허증 반납에 대한 지원은 한차례에 그치고, 그나마 금액도 얼마 되지 않아 면허증 반납이 미미한 수준에 그치는 것 같다"며 "예산 문제가 따르는 만큼 중앙정부나 광역자치단체에서 관련 정책을 마련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고 위험이 높은 만큼 면허증 반납 정책도 중요하지만, 어르신들이 고령임에도 차를 운전하는 이유에 대한 분석도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용하려는 시설이 근거리에 없거나 교통 편의성이 떨어지는 등 어르신들이 운전하는 원인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기반 시설을 마련하거나 대중교통 체계를 개편하는 식으로 정책이나 제도를 보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