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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책 시스템의 혼란, 미국 쇠락의 전조 증상

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칼럼니스트 이 상 수 ㅣ

 

<미국의 신뢰 붕괴 시리즈 ① >

 

트럼프 정책 시스템의 혼란, 미국 몰락의 전조 증상

 

 

 

◆트럼프의 ‘공포정책’, 신뢰를 무너뜨리다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MAGA)’를 내세워 동맹국과 국제기구를 ‘돈 낭비’로 몰아붙이며 협력의 틀을 무너뜨렸다. 그는 관세를 높이면 미국 제조업이 살아날 것이라 믿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철강과 알루미늄 가격이 급등했고 소비자는 더 큰 부담을 안았다. 1960년대 25%였던 미국 제조업 비중은 2023년 11%, 2024년 약 10% 수준으로 추락했다.

 

경제학자 데니 로드릭(Dani Rodrik)은 “제조업 없는 보호무역은 총알 없는 권총”이라 지적했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경제적 성과보다 공포를 통한 단기 통제에 치우쳤고, 결과적으로 미국의 신뢰를 약화시키며 달러의 위상까지 흔들어 놓았다.

 

 

◆허공에 뜬 미국의 비전, 붕괴된 시스템

 

트럼프식 정책 비전은 국민이 공감할 방향을 제시하지 못했고, 참모의 충언이나 내부 피드백이 작동하지 않았다. 정책은 일관성을 잃었고, 시민은 혼란을 겪었다. 결국 트럼프 정부의 시스템은 붕괴 직전으로 봐야 한다. 이로 인해 미국의 신뢰도는 크게 낮아져 ‘국가적 자본(Social Capital)’으로서의 신용이 약화되고 있다. ‘국가적 자본’이란 국민과 시장, 그리고 동맹국이 쌓아온 신뢰의 총합을 말한다. 이 신뢰가 무너지면 금융, 외교, 산업의 모든 기반이 흔들리게 된다.

 

결국 트럼프는 세계를 굴복시키려다 오히려 ‘미국 브랜드’를 스스로 훼손한 셈이다. 70년 넘게 쌓아 올린 세계 리더의 이미지를 단 집권 2기 1년 만에 무너뜨린 것이다. 동맹국들은 미국을 우회하기 시작했고, 브릭스(BRICS) 국가들은 그 틈을 파고들며 세력균형의 판을 다시 짜고 있다.

 

◆에마뉘엘 토드의 경고 ― “중산층이 무너지면 나라도 무너진다”

 

프랑스 역사학자 에마뉘엘 토드(Emmanuel Todd)는 『제국의 몰락』에서 이미 20여 년 전 미국 패권의 균열을 경고했다. 그는 군사력보다 ‘중산층의 건강과 교육 수준’을 국가의 근력으로 보았다. 현재 미국의 기대수명은 OECD 평균보다 낮고, 백인 중장년층의 ‘절망사(Despair Death)’가 급증하고 있다.

 

토드는 “끊임없이 힘을 보여줘야 하는 나라는 이미 약한 나라”라고 말했다. 고대 로마 말기에도 내부는 균열이 가는데 겉으로만 요란했다. 강한 나라는 힘을 과시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약한 나라는 힘을 증명하려 애쓰며 전쟁을 위협한다. 지금의 미국이 바로 그 길을 걷고 있다. 토드의 결론은 명확하다. 교육이 무너지면 국가도 무너진다. 이는 고대 로마, 프랑스 혁명, 소련 붕괴의 공통된 패턴이었다.

 

◆피터 자이한의 진단 ― “미국은 더 이상 세계를 지킬 이유가 없다”

 

지정학 전략가 피터 자이한(Peter Zeihan)은 『각자도생의 세계』에서 “미국은 더 이상 세계를 지킬 이유도 의지도 없다”고 말했다. 냉전의 안보 명분이 사라졌고, 셰일혁명(Shale Revolution)으로 에너지 자급이 가능해졌다.

 

제조업의 본국 회귀도 추진 중이지만, 문제는 숙련된 노동자가 없다는 점이다. 높은 인건비와 노동 기피 현상은 ‘부유함이 낳은 게으름’으로 표현된다. 트럼프가 한국의 제조업을 미국으로 옮기려는 구상은, 기후도 토양도 맞지 않는 땅에 억지로 씨를 심는 격이다.

 

◆미국의 위기는 복합적이다

 

미국의 위기는 단일 원인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재정의 비건정성, 부채 누적, 노동의식 변화, 기축통화국의 방만한 재정운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실질적 복지 향상은 정체되고 빈부격차는 확대되고 있다. 국민이 이 구조적 문제를 자각하지 못하면 정치적 교정은 불가능하다. 미국의 몰락을 막는 첫걸음은 국민이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다.

 

◆한국의 생존전략 ― ‘기술 존중사회’로의 전환

 

미국의 혼란은 한국에도 중요한 교훈을 던진다. 미국의 몰락은 단지 한 나라의 위기가 아니라, ‘신뢰’라는 국가 자본이 무너질 때 어떤 결과가 오는가를 보여주는 경고음이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다. 한국은 기술력, 교육수준, 위기 극복 경험을 모두 지니고 있다. 이제 한국은 ‘수출 신화의 나라’에서 ‘스스로 서는 나라’로 거듭나야 한다. 기술직에 대한 사회적 존중, 식량과 에너지의 자급 기반 강화, 그리고 수출 의존형 구조의 개혁이 핵심이다.

 

미국의 몰락이 우리에게 남긴 교훈은 명확하다. “남의 우산에 기대어선, 비 오는 날을 견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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