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칼럼니스트 이상수 |
사법개혁, 절차에서 시작해야 하는 이유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사법개혁을 논의해 왔다. 그러나 국민이 법원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말은 여전히 반복된다. 이는 단순히 ‘결과’의 문제가 아니라 ‘과정’의 문제다. 국민이 불신하는 것은 판결의 결론 그 자체보다 그 결론이 나오기까지의 절차가 공정했는가 하는 점이다. 절차가 투명하고 공정하다면 결과가 불리해도 수용된다. 반대로 절차가 불공정하다고 느껴지면 결과가 아무리 법리적으로 타당해도 신뢰는 무너진다. 따라서 진정한 사법개혁은 절차적 정의의 회복에서 출발해야 한다.
◆ 절차의 공정성, 사법 신뢰의 첫 번째 조건
재판은 국민이 국가권력과 만나는 마지막 접점이다. 이 만남이 공정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면 사법부는 존재 이유를 잃는다. 판결이 ‘법리적으로 맞는가’보다 ‘절차가 공정했는가’가 국민의 체감 정의를 결정한다. 이 때문에 선진국들은 사건 배당의 무작위화, 판결문 공개 확대, 재판 진행의 투명성 확보 등 절차 중심의 사법개혁을 중시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특정 사건의 배당이 적절했는가를 둘러싸고 의문이 제기된 사례가 있었다. 이러한 의혹의 진위는 향후 조사와 절차에 따라 가려질 문제지만, 이런 논란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는 사실 자체가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절차적 투명성 요구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증거다. 사법부는 절차를 둘러싼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배당·진행·판결 이유 등에 대한 설명과 공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절차가 투명하면 오해는 줄고, 신뢰는 쌓인다.
◆ 공정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에서 나온다
사법개혁의 핵심은 제도 이전에 사람의 태도에 있다. 절차를 공정하게 만드는 것은 법관의 기술이 아니라 판사의 자세, 언어, 경청의 태도다. 당사자가 충분히 말할 기회를 보장받았는가, 판사가 그 말을 존중하며 들었는가, 이 작은 경험이 국민의 법감정을 바꾼다. 절차적 정의는 서류 속 문구가 아니라 법정의 공기 속에서 느껴지는 신뢰다.
◆ 절차의 불투명성은 불신의 시작이다
사법 불신의 뿌리에는 ‘닫힌 절차’가 있다. 사건이 어떻게 배당되고, 어떤 근거로 판결이 내려졌는지 국민이 알 수 없을 때, 법원은 스스로 고립된다. “판결이 곧 답이다”라는 말은 더 이상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국민은 단순한 결과보다 이유와 과정의 설명을 요구한다. 사법부가 침묵할수록 그 빈자리는 언론 보도와 여론이 채우게 되고 사법에 대한 오해와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절차의 투명화는 사법의 독립을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 설명하는 사법은 흔들리지 않는다.
◆ 사법개혁은 제도가 아니라 문화의 혁신이다
진정한 개혁은 법률 조항 몇 개를 고치는 것이 아니다. 판사의 태도, 판결문 작성 방식, 국민과의 소통 문화, 이 모든 것이 절차적 정의의 일부다. 법원이 스스로를 설명할 수 있는 문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는 태도, 이 두 가지가 마련될 때 비로소 사법은 국민 속에서 정의의 권위를 회복한다.
◆ 맺음말
법개혁의 출발점은 제도가 아니라 사법 구성원 각자의 ‘마음의 공정성’에 있다. 사법개혁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국민이 법정을 나서며 “결과는 아쉽지만 절차는 공정했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 사회는 이미 개혁의 길 위에 서 있다. 정의는 판결문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공정한 절차 속에서 자라며, 그 절차를 지켜내는 판사의 품격 속에서 완성된다. 제도가 마음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마음의 공정성이 절차를 바꾸고, 그 절차가 정의를 세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