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KBN 한국중소벤처연합뉴스 칼럼니스트 이상수ㅣ
민들레 한 포기가 가르치는 아홉 가지 덕목
요즘 길가를 걷다 보면 하얀 민들레와 노란 민들레가 소박하게 피어 있는 모습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사람들의 발길에 밟히고도 다시 고개를 드는 그 모습은 그저 흔한 들꽃의 생존력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하나의 삶의 교과서처럼 다가온다. 이때 문득 떠오르는 것이 옛 선비들이 말하던 ‘포공구덕(蒲公九德)’이다. 민들레 한 포기 속에 아홉 가지 덕목이 담겨 있다는 가르침이다.
옛 서당에서는 뜰에 민들레를 심어 두고 아이들이 매일 그것을 바라보며 삶의 자세를 배웠다고 한다. 책으로만 배우는 도덕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스스로 깨닫게 하는 교육이었다. 그 속에는 인간이 살아가며 지켜야 할 기본적인 태도와 공동체를 유지하는 원리가 오롯이 담겨 있었다.
첫째는 인(참을 忍)이다. 민들레는 밟히고 꺾여도 다시 일어선다. 그 끈질긴 생명력은 고통을 견디며 다시 시작하는 인내의 덕목을 보여준다.
둘째는 강(굳셀 剛)이다. 뿌리가 잘려도 새로운 싹을 틔우는 모습은 외부의 어떤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건함을 상징한다.
셋째는 예(예도 禮)이다. 먼저 핀 꽃이 지고 나면 뒤이어 다른 꽃이 피어난다. 질서를 지키고 때를 아는 모습은 공동체를 지탱하는 기본인 예의를 닮아 있다.
넷째는 용(쓸 用)이다. 민들레는 잎과 뿌리, 꽃까지 모두 사람에게 쓰임이 된다. 자신을 내어주어 타인을 이롭게 하는 존재의 가치를 보여준다.
다섯째는 정(뜻 情)이다. 봄이 오면 가장 먼저 꽃을 피워 벌과 나비를 불러 모으는 모습은 생명을 이어주는 따뜻한 정을 떠올리게 한다.
여섯째는 자(사랑 慈)이다. 민들레는 약재로 쓰여 몸을 치유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는 남을 살리는 자비의 덕목이라 할 수 있다.
일곱째는 효(효도 孝)이다. 옛사람들은 민들레를 달여 부모에게 드리며 건강을 기원했다. 자연을 통해 효를 실천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여덟째는 인(어질 仁)이다. 자신의 몸을 내어 약이 되고, 다른 생명을 살리는 모습은 어질고 넓은 마음을 상징한다.
마지막 아홉째는 용(날랠 勇)이다. 씨앗이 바람을 타고 어디든 날아가 돌밭이든 가시밭이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모습은 도전과 개척의 용기를 보여준다.
이처럼 민들레는 작고 흔한 풀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는 인간이 지켜야 할 삶의 본질이 담겨 있다. 그래서 옛 선비들은 거창한 교훈보다 자연 속 작은 존재에서 더 큰 가르침을 얻고자 했다. 작은 것에서 큰 뜻을 깨닫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지혜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오늘날 우리는 빠른 변화와 경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공동체는 점점 느슨해지고, 개인의 주장과 이해가 앞서면서 갈등은 쉽게 증폭된다. 특히 공동주택과 같은 생활 공간에서는 작은 문제 하나가 큰 분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복잡한 이론이 아니라, 민들레가 보여주는 기본적인 삶의 태도일지도 모른다.
서로를 견디는 인내, 원칙을 지키는 강건함, 질서를 존중하는 예의, 그리고 나눔과 배려의 마음이 없다면 어떤 공동체도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반대로 이 덕목들이 살아 있는 곳에서는 갈등이 있어도 다시 회복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민들레는 말이 없다. 그러나 그 침묵 속에는 수많은 가르침이 담겨 있다. 우리는 그저 스쳐 지나가기 쉬운 작은 존재 앞에서 잠시 멈추어 서야 한다.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읽어낼 때, 비로소 삶의 방향을 다시 바로잡을 수 있다.
길가에 피어 있는 민들레 한 포기. 그 작고 소박한 존재가 오늘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크고 거창한 것만을 좇기보다, 기본을 지키는 삶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지식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으나 잊고 지낸 삶의 원칙을 다시 실천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