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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 에세이] 그림움은 ing 진행형

 

 나는 여섯 살 무렵이었던 어린 시절 오빠와 함께 부모의 곁을 떠나 할머니와 OO광역시 지원동이라는 곳에서 살았다. 

 

그곳에서 만 4년을 살았고 국민학교(그 당시 초등학교의 명칭) 3학년 반 배정까지 받은 상태에서 부모님이 계시는 시골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 2학년 겨울 방학을 보내던 중에 가게 된 전학이었기에 친구들에게 안녕을 고하지도 못한 채 준비 없이 맞이하게 된 내 생애 첫 번째 긴 이별이었다. 

 

나는 OO광역시 모 국민학교에 1학년 1반으로 입학을 하였다. 다른 친구들은 부모 밑에서 다니는 학교생활이었지만, 나는 할머니 손에서 다니게 되었다. 처음으로 학교생활을 시작한 첫 담임 선생님은 아버지 연배의 남자 선생님이셨다. 마른 체형에 키가 크셨고 대머리에 항상 베레모를 착용하고 다니셨다. 

 

숫기가 없고 말이 없던 나는 그저 누가 무엇이라 말하면 웃기만 한 아이였다. 나를 기억하는 친구들 역시 나에 대한 이미지를 떠 올릴 때면, "늘 웃으며 말이 없고, 듣기만 하는 친구"로 그들에게 기억되고 있었다. 

 

복도 청소를 하는 어느 날이었다. 복도는 나무로 된 바닥재였으며, 우리는 초를 칠하고 걸레로 닦으며 신나게 미는 데 열중하였다. 복도 끝에서 부터 끝까지 두 팔로 걸레를 밀며 닦았다. 고개를 숙이고 열심히 복도를 닦아 내려가다가 어느 순간 고개를 들게 되었다. 그리고 마주한 것은 담임 선생님과 아버지가 나를 보시며 이야기를 하고 계신 장면이었다. 나는 쑥스러운 나머지 아버지에게 인사도 하지 못하고 그저 웃기만 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시골에서 언제 올라오셨는지? 언제부터 나를 보고 계셨는지? 그 어느 것 하나 아는 것이 없었다. 내가 아는 것은 아버지와 담임 선생님께서 청소하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시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두 분과 눈이 마주친 나는 부끄러운 나머지 고개를 푹 숙이고 열심히 닦는 데 열중하였다. 

 

그래서인지 나의 마음 한 켠에는 늘 뭉게구름처럼 그리움 하나가 자리 잡고 있다. 바로 국민학교에서 보냈던 코흘리개 학생으로서의 그리움과 운동장을 함께 뛰어놀았던 친구들을 향한 그리움, 아버지가 청소하는 나를 지극히 바라보시며 미소 지으셨던 것처럼 친구들을 향한 그리움을 가슴 한 켠에 담아 마주하고 있다. 

 

말없이 떠나 온 운동장. 안녕을 고하지 못한 채 떠나버린 그곳에 남겨진 나의 친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