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12번째 우승을 차지한 기아 타이거즈가 35년 만에 다시 열린 카퍼레이드로 승리의 기쁨을 홈 구장 광주 야구팬들과 함께했다.
광주시와 기아 타이거즈는 30일 오후 2시부터 광주 동구 금남로 5가역에서부터 5·18민주광장까지 1.2㎞ 구간에 걸쳐 우승 축하 카퍼레이드를 진행했다.
기아의 우승 축하 시가행진은 전신 해태 타이거즈 시절인 1989년 이후 35년 만이다.
금남로 차선이 통제된 가운데 개방형 2층 버스에 탑승한 이범호 감독과 김선빈, 양현종, 나성범, 김도영 등 기아 선수단은 운집한 팬 수 천명의 환호를 받았다.
팬들은 이범호 감독의 응원가인 '기아의 이범호, 파워히터 이범호'를 열창하며 환호했고 이 감독도 팬들을 향해 힘차게 손을 흔들며 성원에 응했다.
101표 중 95표로 압도적인 득표율로 MVP(최우수선수)로 선정된 '슈퍼스타' 김도영을 본 팬들이 비명에 가까운 환호를 내지르자 김도영은 손가락으로 '브이'를 짓거나 흔들며 화답했다.
팬들은 저마다 응원하는 선수의 선수복을 입거나 응원 팻말을 들고 거리에 도열했다. 한 시민은 '현종오빠 보러 제주도에서 왔어요'라고 적은 팻말을 들며 '팬심'을 과시했다.
선수단은 금남로 1.2㎞ 구간을 15분에 걸쳐 저속으로 천천히 이동하며 팬들과 눈을 마주쳤다.
이날 퍼레이드를 위해 광주시는 선수단이 탑승할 개방형 2층 버스를 구하려 전국을 수소문했다.
버스가 행진한 금남로는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들이 계엄군에 저항하며 행진한 역사적 장소로 평소 다수의 집회가 열린 곳이었으나 이날만큼은 기아와 승리의 기쁨을 함께하려는 시민들의 웃음과 환호로 채워졌다.
5·18민주광장에 도착한 선수단은 강기정 광주시장과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위원장과 축포세례를 받으며 무대에 올랐다. 축하 행사에는 신수정 광주시의회 의장, 채은지 부의장, 명진 교육문화위원장, 임택 광주 동구청장, 안도걸 광주 동남을 의원, 전진숙 북구을 의원 등 민주당 지역 정치인들도 자리를 채웠다.
강 시장은 부임 첫 해부터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명장 반열에 오른 이범호 감독에 감사패를, 구단주인 최준영 기아 대표이사에 꽃다발을 전하며 축하했다.
강 시장은 "광주가 기분 좋은 일이 너무너무 많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과 광주FC의 연전연승, 페페 배구단의 선전과 광주서 만든 캐스퍼 전기차의 60여개국 수출이 있지만 가장 즐거운 것은 이 자리다"며 "이범호 감독과 최준영 구단주와 심재학 단장과 선수들 덕에 광주가 다시 힘을 얻는다. 내년에도 반드시 승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범호 감독은 "오면서 팬들이 안나와주시면 어쩌나 했는데 역시 광주 기아 팬들은 최고다"며 "강기정 시장과 광주시 관계자들, 최준영 구단주와 심재학 단장 등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내년에도 최선을 다해 이 자리에 다시 서도록 약속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