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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사법개혁은 왜 번번이 좌초 되는가

- 정치화의 덫과 제도 논의의 실종 -

<칼럼>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칼럼니스트 이상수 |

 

<사법신뢰회복 ⑥>

 

사법개혁은 왜 번번이 좌초되는가

- 정치화의 덫과 제도 논의의 실종 -

 

사법개혁은 한국 사회에서 낯선 의제가 아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굵직한 판결이 나올 때마다, 사법개혁은 늘 화두의 중심에 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의 체감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질문은 단순하다. 왜 사법개혁은 늘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도, 번번이 제자리로 돌아오는가.

 

 

첫 번째 이유는 사법개혁의 정치화다. 사법개혁은 대체로 특정 사건이나 특정 인물을 계기로 촉발된다. 문제는 그 순간부터 개혁의 언어가 제도의 언어가 아니라 정치의 언어로 바뀐다는 점이다. “누가 잘못했는가”라는 질문이 “어떤 제도를 고칠 것인가”라는 질문을 압도한다. 사법은 곧 정권의 이해관계 속으로 끌려 들어가고, 개혁은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소비된다. 이 과정에서 제도 논의는 설 자리를 잃는다.

 

두 번째 이유는 사람 중심 개혁의 한계다. 사법개혁 논의는 종종 특정 판사, 특정 수장, 특정 재판을 겨냥한다. 물론 개인의 책임을 묻는 일은 필요하다. 그러나 개인을 겨냥한 개혁은 구조를 바꾸지 못한다. 사람이 바뀌면 논쟁도 사라지고, 제도는 그대로 남는다. 결국 같은 문제가 다른 얼굴로 반복된다. 제도 대신 사람을 문제 삼는 개혁은 지속될 수 없다.

 

세 번째 이유는 사법 독립에 대한 오해다. 사법부 내부에서는 개혁 요구를 ‘사법 침해’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고, 정치권에서는 이를 ‘개혁 저항’으로 규정한다. 이 대립 구도 속에서 균형 잡힌 논의는 사라진다. 그러나 사법 독립은 비판과 점검으로부터의 면책을 의미하지 않는다. 독립은 외부의 부당한 개입을 막기 위한 것이지, 내부 권한의 집중과 비가시성을 정당화하는 개념이 아니다. 이 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재한 상태에서 개혁은 늘 충돌로 끝난다.

 

네 번째 이유는 장기적 관점의 실종이다. 사법개혁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렵다. 인사 구조, 판결 문화, 조직 윤리는 시간을 두고 바뀐다. 그러나 정치 일정은 단기 성과를 요구한다. 그 결과, 개혁은 상징적 조치나 선언에 머물고, 다음 국면으로 넘어가면 관심에서 멀어진다. 지속되지 않는 개혁은 결국 실패한 개혁으로 남는다.

 

이러한 실패의 반복은 사법개혁이 불가능하다는 증거가 아니다. 오히려 방향이 잘못 설정되어 왔다는 신호다. 사법개혁은 결단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다. 정파의 승부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의 축적이어야 한다. 제도를 바꾸기 전에, 무엇에 합의할 것인지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앞선 글에서 살펴본 최소 합의의 영역—인사권 분산, 판결의 설명 책임, 양심 판사 보호—은 바로 이 지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어느 진영의 전유물이 아닌, 사법이 사법답게 작동하기 위한 공통의 토대이기 때문이다.

 

이제 다음 단계는 분명하다. 이러한 사회적 합의를 어떻게 입법의 언어로 전환할 것인가다. 사법을 정치의 무기로 삼지 않으면서도, 제도의 틀을 바로 세우는 역할은 결국 입법부의 몫이다. 다음 글에서는 입법부가 사법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견제와 존중 사이의 헌법적 균형을 살펴보고자 한다. 끝.

 

<관련칼럼>

<사법신뢰회복시리즈 ①>

법은 왜 존재하는가?

https://www.kjbn.kr/mobile/article.html?no=7436

 

<사법신뢰회복시리즈 ②>

판사 인사권 분산이 사법 신회 회복의 출발점이다.

https://www.kjbn.kr/mobile/article.html?no=7441

 

<사법신뢰회복시리즈 ③>

설명 없는 판결은 정의가 아니다

https://www.kjbn.kr/mobile/article.html?no=7462

 

<사법신뢰회복시리즈 ④>

양심의 판사를 보호하지 않는 사법은 오래가지 못한다

https://www.kjbn.kr/mobile/article.html?no=7467

 

<사법신뢰회복시리즈 ⑤>

사법개혁, 무엇부터 사회적 합의를 이룰 것인가

https://www.kjbn.kr/news/article.html?no=7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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