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칼럼니스트 이상수 |
개인의 이름으로 정당을 부를 수 있는가
— 민주주의는 왜 ‘사람’보다 ‘가치’를 선택해 왔는가 —
정당은 민주주의의 핵심 제도다. 시민의 다양한 이해와 가치를 조직해 공적 의사결정으로 연결하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당의 이름은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 세계 정치사를 돌아보면, 정당 명칭에 특정 개인의 이름을 직접 사용하는 사례는 놀랄 만큼 드물다. 이는 단순한 관행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가 스스로 설정해 온 경계선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정당의 이름은 원칙적으로 ‘사람’이 아니라 ‘가치’를 담는다. 자유, 보수, 노동, 녹색, 공화, 민주와 같은 단어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유다. 이념과 방향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정당은 개인을 넘어선 집단적 선택의 공간임을 선언한다. 반대로 개인의 이름을 정당명으로 삼는 순간, 정당은 제도에서 브랜드로, 공공조직에서 사적 조직으로 오인될 위험을 안게 된다.
물론 현실 정치에는 개인 중심 정당이 존재해 왔다. 이탈리아의 '포르자 이탈리아' 는 공식 명칭에 개인 이름을 쓰지 않았지만, 창당자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의 정치적 브랜드와 사실상 동일시되었다. 프랑스의 레퓌블리크 앙 마르슈 역시 에마뉘엘 마크롱 개인의 리더십과 이미지가 정당 정체성의 중심축이었다. 우크라이나의 ‘국민의 종’ 도 예외가 아니다. 대중은 정당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라는 인물을 먼저 떠올렸다.
이러한 사례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보여준다. 개인의 이름이 정당의 간판이 될수록, 정당은 제도적 지속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지도자가 떠난 이후 정당이 급속히 약화되거나 분열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민주주의는 ‘누가 말하는가’보다 ‘무엇을 말하는가’를 중심에 둘 때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정당이 개인의 카리스마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내부 토론과 견제 장치는 약화되고 정책은 지도자의 의중에 따라 흔들리기 쉽다.
그래서 많은 나라의 정당법과 헌법은 정당의 민주적 운영을 명시적으로 요구한다. 당명에 개인 이름을 쓰지 않는 관행 역시 이러한 정신의 연장선에 있다. 정당은 특정 인물의 정치적 소유물이 아니라, 시민이 잠시 권한을 위임한 공적 장치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정치에 대한 불신이 커질수록, 유권자들은 ‘강한 개인’을 찾고 싶어 한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역사는 언제나 다른 방향을 가리켜 왔다. 개인은 지나가지만, 가치는 남는다. 정당의 이름이 사람보다 가치를 선택해 온 이유는 분명하다. 그것이 민주주의가 스스로를 사유화로부터 지켜온 가장 오래된 장치이기 때문이다.























































